지방은행, 경남-광주銀 인수경쟁 돌입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2일 03시 00분


부산-대구銀 ‘경남’ 놓고 한판… 호남선 ‘광주’ 향방 촉각
하나금융, 우리 인수 타진… 주식 맞교환 통한 합병 선호

우리금융그룹 민영화 방안이 발표되면서 금융권의 우리금융 인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주초 매각 주간사회사 선정에 나서는 등 민영화 일정에 돌입한다. 우리금융 민영화는 크게 몸통인 우리금융지주와 자회사인 경남은행, 광주은행 등 세 갈래의 지분 매각 또는 합병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각 인수 후보들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와 ‘조기 민영화’라는 정부 목표에 부합하는 묘안 짜내기에 한창이다.

○ 혈투 예고하는 지방은행 민영화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은 대형은행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울상을 짓는 가운데서도 올 상반기 각각 600억 원과 757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린 알짜 지방은행들이다. 민영화 발표 이전부터 지역 금융 패권을 노리는 일부 지방은행은 물론이고 지역 경제단체들도 인수전 참여를 선언할 정도로 치열한 혈투가 예상된다.

경남은행을 놓고는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의 각축전이 예상된다. 2007년부터 경남은행 인수를 준비해온 부산은행은 일본의 대형 지방은행그룹인 ‘야마구치금융그룹’을 모델로 내년에 설립되는 금융지주사 밑에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을 두는 ‘투 뱅크(Two Bank) 체제’를 구상하고 있다. 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인수자금 조달 준비도 마무리됐다.

당초 지방은행 간 공동지주사를 설립해 경남은행 인수를 추진했던 대구은행은 최근 단독 인수로 방향을 바꾸고 자금 조달을 위해 투자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경남은행의 도민(道民) 은행화’를 기치로 내건 지역 경제단체들도 인수전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경남은행 설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경남지역 상공인들은 경남은행 인수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경남은행 인수에 나설 계획이다.

광주은행의 경우 아직 마땅한 인수 후보가 나타나지 않은 상황이다. 호남권의 전북은행은 자산규모가 7조 원에 불과해 자산규모 17조 원의 광주은행을 인수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광주지역 경제단체나 시민 주주 모집으로 도민 은행을 만드는 방안이 검토된다. 일각에서는 미래에셋금융그룹, 한국투자금융지주 등 호남지역에 연고가 있는 비(非)은행 금융회사들이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우리금융 인수 묘안은

우리은행 우리투자증권 등 그룹의 몸통에 해당하는 핵심 계열사의 민영화가 성사되기 위해선 지방은행 매각보다 복잡한 계산이 필요하다.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정부 지분을 모두 인수하려면 6조 원 이상 자금이 필요한 데다 금융지주 인수에 따르는 여러 법적 제한이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우리금융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 온 하나금융지주는 본격적으로 인수 계획 검토에 나섰다. 하나금융은 거액의 자금이 필요한 지분 인수보다 주식 맞교환을 통한 합병 방식을 선호한다. 하지만 주식 맞교환을 통한 합병 방식은 정부가 보유한 주식의 종류만 바뀔 뿐 현찰이 들어오는 것은 없기 때문에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와 ‘조기 민영화’란 목표가 무색해진다.

이 때문에 지분 인수와 합병을 섞는 절충안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투자자를 모아 사모주식펀드(PEF)나 컨소시엄을 구성해 정부가 보유한 우리금융 지분 일부를 인수한 뒤 남은 정부 지분만큼 주식을 맞교환해 합병을 추진하는 방안이다.

우리금융에 관심을 가진 전략적, 재무적 투자자들이 컨소시엄을 이뤄 우리금융 지분을 인수할 수도 있다.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은행지주의 지분을 각각 최대 9%까지 가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KB 신한 하나 등 나머지 금융지주사처럼 뚜렷한 지배주주 없이 현 체제를 유지할 수 있어 우리금융 내부에서 가장 선호하는 방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인수를 희망하는 곳에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인수 방안을 짜올 것”이라며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및 조기 민영화라는 대원칙에 가장 충실한 방안들을 중심으로 최종 민영화 방안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