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토종 생감자스낵 월매출 100억돌파 기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5일 03시 00분


담철곤회장 종자개발 독려
평창 감자硏 새품종 생산
식음료기업 시가총액 2위로

3일 강원 평창군에 있는 오리온 감자원료연구소에서 권한기 소장이 현재 새롭게 품종을 개발 중인 포카칩 스낵용 감자를 소개하고 있다. 평창=김선미  기자
3일 강원 평창군에 있는 오리온 감자원료연구소에서 권한기 소장이 현재 새롭게 품종을 개발 중인 포카칩 스낵용 감자를 소개하고 있다. 평창=김선미 기자
저를 사랑해주시는 여러분, 감사합니다. 전 감자입니다. 흔한 식용(食用) 감자가 아니라 스낵용으로 품종이 개량된 감자죠. 더 정확히는 국내 생감자 스낵 시장의 1위(점유율 63%·AC닐슨 조사 기준)인 오리온 생감자 스낵(‘포카칩’과 ‘스윙칩’)의 원료가 되는 감자입니다. 지난달에는 포카칩과 스윙칩을 무려 109억 원어치나 사 드셨다니 황송할 따름입니다. 오리온 생감자 스낵의 월 매출이 100억 원을 넘어선 건 처음이에요. 우리 농산물로 건강을 챙기려는 ‘착한’ 친환경 트렌드가 오늘의 영광을 있게 한 듯합니다.

제 고향은 강원 평창군에 있는 오리온 감자원료연구소. ‘포카칩’ 탄생(1988년) 한 해 전인 1987년 23만1000m²(약 7만 평) 땅에 들어선 국내 최초의 민간 감자연구소입니다. 일반 감자는 울룩불룩 못생긴 게 많은 데다 1.34∼2.74mm 두께로 썰어 183도에서 2, 3분 튀기면 색깔이 거뭇하게 변했거든요. 연구원 10여 명이 실험에 매달려 2001년 비로소 제가 개발됐습니다. 어엿하게 국립종자원에 등록된 제 토종 감자 품종 이름은 ‘두백’입니다. 둥글수록 미인이란 소리를 듣는 제 허리둘레는 4.5∼9.4cm. 튀겨도 고유의 색을 그대로 유지합니다.

실은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고 이양구 동양그룹 회장의 둘째 사위)이 20여 년간 절 극진히 돌봐주셨습니다. 연구소 설립 당시 동양제과공업 부사장이었던 담 회장은 “외국에서 감자를 수입하지 말고 국산 종자를 개발해 토종 스낵을 키우라”고 하셨죠. 전국 계약재배 농가 1000여 곳에서 생산되는 국산 감자가 이제 2만 t 규모입니다.

오리온에서는 생감자 스낵사업을 ‘생물사업’이라고 부릅니다. 제가 기후변화에 좀 예민합니다. 달걀 대하듯 지극 정성으로 다뤄야 하는 데다 매출 대비 이익이 적어(지난해 오리온 생감자 스낵 국내 매출 850억 원, 영업이익 28억 원) 버림받을 수 있었던 저를 담 회장은 믿고 거둬주셨죠. 그 덕분에 지난해 해외 매출이 386억 원이었습니다.

수준급 스키 실력으로 평소 인근 용평 스키장에 왔다가 연구소를 방문하는 담 회장은 언젠가부터 고민이 많아 보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오리온은 지난해 말과 올 초 차례로 온미디어와 베니건스를 매각했습니다. 신용평가사들은 유동성 5000억 원을 갖추고 본업인 식품에 충실하며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오리온의 행보에 가산점을 줬습니다. 1년 전 국내 식음료 기업 중 시가총액 기준으로 7, 8위이던 오리온은 4일 현재 시가총액 2조2006억 원(주당 36만9000 원)으로 CJ제일제당에 이어 2위로 떠올랐습니다.

화교 3세인 담 회장은 “오리온은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간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19세기 중국 만주로부터 두만강을 건너왔다는 설과 영국 상선을 타고 온 네덜란드 선교사가 들여왔다는 설이 분분한 저, 감자…. 아마 ‘오리온’의 옷을 입은 ‘메이드 인 코리아’ 생감자 스낵으로 앞으로 해외 나들이가 더 많아질 것 같습니다.

평창=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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