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연일 연중 최고치를 돌파하고 있는 가운데 570조 원에 이르는 단기부동자금이 갈 곳을 찾지 못한 채 증시 주변을 맴돌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은행의 실질 예금금리가 ‘제로금리’를 이어가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들이 단기 금융상품에 머물면서 투자시기를 저울질하는 것이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대표적인 단기 투자상품인 종합자산관리계좌(CMA)가 급속도로 늘어나며 시중자금의 단기 부동화를 이끌고 있다. 지난달 말 CMA 잔액은 42조8923억 원으로 6월 말(41조3468억 원)보다 1조5455억 원 급증했다. 지난달 22일에는 43조 원을 웃돌며 사상 최고치를 보였다. CMA 계좌도 한 달 새 10만 개 이상 늘었다.
교보증권은 CMA를 비롯해 현금통화, 수시입출식 예금, 6개월 미만 정기예금, 머니마켓펀드(MMF) 등을 모두 합친 단기부동자금이 현재 570조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한다. 단기부동자금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9년 1월 500조 원을 넘어선 뒤 올 들어 줄곧 570조∼580조 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주상철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금융위기 이후 초저금리가 이어지고 부동산 시장은 장기침체에 빠졌으며 주식시장은 변동성이 컸기 때문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단기부동자금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종합주가지수가 지난달 1,700 선을 넘어선 뒤 연중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는 동안 한 달 새 국내외 주식형펀드에서 무려 3조5208억 원이 빠져나갔지만 이렇게 환매된 자금도 대부분 단기부동자금으로 머물며 재투자 기회만 엿보고 있다.
반면 시중자금을 무섭게 빨아들였던 은행 정기예금은 증가세가 주춤해졌다. 국민, 신한, 우리, 하나, 외환은행 등 5개 은행의 총수신잔액은 7월 말 현재 658조2353억 원으로 전달보다 1조1518억 원 줄었다. 지난달 정기예금은 금리인상에 힘입어 6조1724억 원이 늘었지만 증가 폭은 둔화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최근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의 더블딥(경기회복 후 재침체) 우려 등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가 커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단기부동자금은 증시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금리가 여전히 턱없이 낮고 부동산 시장도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만큼 국내 증시의 방향성에 대한 확신만 커진다면 증시 유입이 본격화된다는 분석이다.
최문박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금리가 더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에 시중의 부동자금이 경기 회복에 따라 증시로 갈지, 금리인상에 따라 예금성 자산으로 갈지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며 “출구전략이 본격화되고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가 수그러들면 시중자금의 단기 부동화도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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