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예전 같으면 수십 대 1의 경쟁률을 보였을 신규 분양 아파트가 잇따라 미분양으로 남고 있다. 특히 이 아파트 중에는 분양가가 인근 부동산 시세보다 싼 곳도 많아 부동산 전문가들은 “미분양 아파트 중에서 잘 고르면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등으로 자금 여력이 충분치 않은 서민들도 비교적 수월하게 내 집을 장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8일 부동산정보업계에 따르면 최근 청약접수를 마친 서울 은평 뉴타운 중대형 민영아파트와 수원 광교신도시 ‘대광로제비앙’ 아파트는 각각 236채와 145채 공급에 170명과 35명만 청약해 청약경쟁률이 0.24∼0.72 대 1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의 김주철 팀장은 “이 아파트들은 7.88 대 1의 경쟁률을 보인 서울 상암월드컵파크 12블록 아파트와 함께 수도권의 대표적인 인기 청약지로 꼽혀 왔다”며 “두 아파트 청약이 미달된 사실을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6월 분양 당시 최고 688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나타냈던 판교 ‘월든힐스’도 최근 최종계약 결과 전체 물량의 절반이 넘는 150여 채가 미분양으로 남았다. 이 때문에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런 아파트들까지 미분양으로 나올 정도라면 현재 부동산경기 불황은 그동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일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특히 일부 신규 분양 아파트는 주변 시세보다 싸게 분양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분양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한 ‘구의 휴먼시아’의 분양가는 3.3m²당 1334만∼1557만 원으로 주변 시세보다 219만∼441만 원 저렴했다. 하지만 8월 현재 전용면적 85m² 이하 중소형 아파트 20여 채가 미계약분으로 남아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주변 부동산 시세의 계속되는 하락 △경기부양책 발표 연기 등 여러 가지 악재가 중첩된 결과라는 것이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주택업계에서는 인기 아파트의 청약마저 미달될 정도로 시장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하반기에 이어질 다른 아파트의 신규 분양도 실패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인기지역의 미분양 아파트는 거꾸로 생각하면 자금 여력이 없는 수요층에는 내 집 마련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 이미영 팀장은 “DTI 규제로 자금 여력이 없는 수요자들에게 내 집 마련의 길은 사실상 차단돼 있다”며 “하지만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싼 아파트 중에서 잘 선택한다면 입주할 때까지 자금부담을 분산할 수 있는 데다 장기적으로 집값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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