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이 아랍에미리트계 석유회사인 아부다비국영석유투자회사(IPIC)와의 분쟁을 끝내고 현대오일뱅크를 그룹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기존 중공업과 조선업에 석유화학 사업을 더한 중화학 그룹의 구도를 완성했다.
현대중공업은 11일 IPIC가 보유하고 있던 현대오일뱅크 지분 전량(70%)을 주당 1만5000원(2조5734억 원)에 넘겨받았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10일 현대중공업과 IPIC 양측이 국제중재재판소 판결 및 서울중앙지법의 중재판정승인 판결 내용을 서로 이행하기로 합의한 데 이어 이날 주식 대금을 송금하고 주권을 넘겨받는 절차를 완료해 현대중공업은 현대오일뱅크 지분 91.1%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고 밝혔다.
또 현대오일뱅크 신임 대표이사 사장에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사장(59·사진)을 선임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오일뱅크를 통해 정유·화학 분야의 경쟁에도 나설 뿐만 아니라 조선 플랜트 신재생에너지 자원개발 등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로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권 사장은 “옛 현대그룹의 사업을 다시 가져왔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현대중공업의 플랜트·해양사업과 현대종합상사의 자원개발 능력 등을 융합해 그룹의 역량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 인수로 재계 순위 변동도 예상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자산은 40조2000억 원에서 현대오일뱅크의 자산 5조6000억 원을 더해 총 45조8000억 원이 됐다. 이는 재계 7위인 GS그룹(43조 원)보다 큰 규모로, 현대중공업그룹이 한 계단 위로 자리바꿈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외환위기 여파로 1999년 현대오일뱅크(당시 현대정유)의 경영권을 IPIC에 매각했었다. IPIC는 현대오일뱅크 지분 50%를 매입했고 2006년 콜옵션을 행사해 지분 20%를 추가 인수했다. 그러나 IPIC가 경영 과정에서 지분 매각 당시 계약을 위반해 현대중공업은 2008년 3월 싱가포르 소재 국제중재법원(ICC)에 분쟁 중재를 신청했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