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생존 모델’ SUV냐 경차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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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2일 03시 00분


선진기업 인수 기대감 무산주력 모델 고민해야 할 시점“印기업 인수땐 경차로 가야”

10일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쌍용자동차 인수를 위한 입찰제안서 제출을 포기하면서 쌍용차 안팎에서는 ‘선진업체에 인수돼 장기적인 생존을 보장 받으려던 기대가 무산됐다’는 탄식이 적지 않다. 남은 기업 중 인도의 마힌드라&마힌드라(M&M)그룹과 루이아그룹, 한국의 영안모자는 기술력이 쌍용차보다 떨어지거나 승용차를 생산해 본 경험이 없다. 전문가들은 “후진업체에 인수된다면 더더욱 협상 과정에서 장기 비전을 확실히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선진업체 인수는 물 건너갔다”

이론적으로는 매각 무산 뒤 재입찰을 하는 방식 등으로 선진업체가 들어오는 상황을 배제할 수는 없으나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르노-닛산의 경우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의 생산 용량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한국에서의 생산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었지만 다른 자동차회사들은 브랜드 가치도 떨어지고 기술 수준도 탁월하지 않은 쌍용차에 큰 매력을 못 느낀다는 것.

이번 매각 협상이 유찰되는 것은 쌍용차로서도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다. 쌍용차는 올해 4월부터 지난달까지 4개월간 월 7000대 이상을 판매하면서 적자 폭을 줄이고는 있으나 아직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고, 이달 말 양산할 계획인 신차 ‘코란도C’도 출시 시점을 확정하지 못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선진업체가 쌍용차를 인수하는 것은 사실상 힘들 것으로 본다”며 “특화된 기술도 없고 규모의 경제도 없는 상태에서 단기적으로 자금 지원이 목마른 쌍용차는 매각 협상에서 수세에 있다”라고 말했다.

○ “장기 성장 비전 확실히 해야”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쌍용차가 기술력이 뒤지는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인수됐다가 장기 투자를 하지 못하고 경쟁력을 떨어뜨린 전철을 뒤풀이하지 않으려면 인수협상 과정에서 장기 비전을 확실히 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유지수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쌍용차는 인수 자체보다는 인수 뒤 어떤 모델로 갈 것이냐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중국 자동차회사들과 달리 인도 회사들은 기술 이전보다는 비교적 장기 발전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영안모자와도 계열사인 대우버스의 버스 사업과 쌍용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사업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인도 기업이 쌍용차를 인수할 경우 이를 인도 시장을 개척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이 경우 인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경차 개발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르노-닛산이 입찰제안서를 내지 않았다고 해서 크게 실망하지 않는다”며 “협상 과정에서는 고용 승계, 회사 운영 방향이나 장기적인 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쌍용차와 채권단 측은 이르면 12, 13일경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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