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많은 경우 주가와 채권 가격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투자자들의 선택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은 경제가 좋아질 것으로 보이면 채권을 팔고 주식을 산다. 경제가 나빠질 것 같으면 주식을 팔고 채권을 산다. 그런데 최근 미국 시장을 보면 채권 가격과 주가가 같이 오르고 있다. 7월 초 이후 10년 만기 미국채 금리는 0.2%포인트 정도 내렸고 최근 조정받기도 했지만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0% 정도 올랐다.
채권 투자자들은 향후 경기를 나쁘게 보고, 반대로 주식 투자자들은 향후 경기를 좋게 보는 듯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가 이유라고 생각한다. 채권과 주식 투자자들이 경제 전망을 다르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유동성 공급에 대한 기대가 양쪽 시장에 모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최근 들어 미국 경제지표가 투자자들의 예상에 못 미치면서 FRB는 얼마 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올해 3월로 일단락됐던 양적 완화 정책을 약한 형태로 재개하기로 했다. 이미 샀던 모기지 채권의 만기가 도래했을 때 그 자금으로 중장기 국채를 다시 매입하기로 한 것. 양적 완화는 추가적으로 정책금리를 내리지 못하는 상태에서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이용해 시장에서 채권을 사 주는 통화정책이다. FRB는 작년에 총 1조7250억 달러 규모의 양적 완화를 실시한 바 있다.
지난번 양적 완화 정책은 성공적이었다. 국채 발행의 증가, 주택시장 불안에 따른 모기지 채권 시장의 불안에도 불구하고 미국 금리는 10년 만기 국채 기준으로 4%를 넘지 않았고 주택 경기와 주식시장, 나아가 경기 회복을 이끌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런 경험이 이번에도 채권과 주식 가격의 동반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이 계속되지는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책 방향이 결정되고 나면 다시 향후 경제에 대한 시각이 시장가격에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번 FOMC에서 양적 완화 정책을 결정한 이후 미국 채권 가격과 주가가 반대로 움직였다. 미국의 경제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에서 나온 결정이라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온 셈이다.
그렇다면 향후 움직임은 어떨까. FOMC 직후처럼 일방적으로 채권가격이 오르고 주가가 떨어지는 상황이 지속될까.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 가계의 부채축소(디레버리징)와 주택시장 불안으로 미국 경제의 저성장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민간 부문의 고용과 임금이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어 더블딥(경기 회복 후 재침체) 가능성은 높지 않다. 따라서 양적 완화 이후 발생한 비관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또 양적 완화는 시간이 흐르면 유동성 효과에 대한 기대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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