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8000원 되면 흡연율 30%대 급감”

질병관리본부 분석..가격정책이 가장 효과적 수단

담뱃값을 선진국 수준인 8000원대로 인상하면 지난해 43.1%인 한국 성인 남성 흡연율이 10%p는 떨어질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현재 국내 담뱃값은 한 갑당 2500원으로 7달러(8500원)가량인 서구의 절반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질병관리본부와 조성일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16일 '금연정책 평가와 향후 흡연율 예측' 보고서를 통해 국내에서 흡연율을 떨어뜨리려면 담뱃값을 대폭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담뱃값 인상, 담배광고 제한, 금연구역 지정 등 국내에서 1995~2006년까지 시행된 적 있는 7가지 금연정책 효과를 '심스모크(SimSmoke)'라는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분석했다.

성인 남성의 흡연율을 줄이는데 가장 효과가 높았던 정책은 담뱃값 인상(54.4%)이었다. 대중매체를 이용한 금연 캠페인(32.9%), 금연구역 지정(9.3%), 금연치료 지원(3.4%) 순으로 효과가 높았다.

보고서는 정부가 2008년부터 전지역 금연구역 지정, 담배 광고 완전 금지, 적극적인 금연 상담 전화서비스를 시행하면서 담뱃값을 6000원으로 인상했다면, 2010년 현재 흡연율은 30.4%까지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은 "가장 큰 문제는 경제력에 비해 지나치게 담뱃값이 낮다는 점"이라며 "국내 사정에 적절한 담뱃값은 6000원 이상"이라고 밝혔다. 광고금지와 금연구역 확대와 같은 비가격정책을 유지하면서, 당장 올해부터 담뱃값을 매년 500원씩 올려나갈 경우 남성 흡연율이 내년엔 33.8%로 떨어지고 2015년에 29.3%, 2020년에 25.3%로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