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청량리역. 민자역사로 새로 건설된 이곳에 20일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가 문을 연다. 롯데쇼핑은 민자역사에 3700억 원을 투자했다. 18일 미리 찾아가 본 백화점에서는 직원들이 막바지 개점 준비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층을 오르다 보면 에스컬레이터 주변에 놓인 의자와 테이블이 눈에 띈다. 이 백화점은 각 층 에스컬레이터 주변에 매장 특성에 맞게 독특한 디자인의 고객 쉼터를 마련했다. 롯데백화점 측은 “층마다 4개 브랜드 매장이 입점할 수 있는 공간을 휴게공간으로 꾸몄다”고 설명했다. 기존 백화점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공간 활용이다.
○ 고효율 판매전략 깨져
백화점업계에서 에스컬레이터 주변은 흔히 ‘명당’으로 불린다. 고객 동선 한가운데 위치해 있어 매출이 많이 생기는 곳이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 청량리점은 고객 휴게공간 마련을 위해 이 ‘금싸라기 명당’의 매출을 포기한 셈이다. 지하 1층에는 이 공간에 인터넷카페도 만들었다. 롯데백화점 이동구 청량리점장은 “휴게공간 위치를 결정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며 “결국 고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해 더 많은 시간을 머무르도록 하는 전략을 채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소비자의 ‘발을 붙잡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매출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작은 공간에서 많은 매출을 올리는 ‘고효율 판매 전략’을 지향하던 백화점이 고객에게 휴식과 즐거움을 제공해 다시 방문하도록 유도하는 마케팅 전략을 쓰면서 백화점업계의 관행이 깨지고 있다. 쇼핑몰을 하나의 놀이공간으로 활용하는 이른바 ‘몰링’의 개념을 백화점업계도 도입하고 있는 셈이다.
○ 대형마트와 나란히
신세계백화점 부산 센텀시티점도 자연채광을 위해 백화점의 가운데 공간을 비워두는 설계를 했다. 이 백화점에는 서점(교보문고)과 은행(부산은행)도 입점해 있다. 서점은 매출이 크지 않아 한때 백화점에서 사라지는 추세였지만 최근에는 다시 몇몇 백화점에 들어서고 있다. 백화점에 은행지점이 문을 연 것은 센텀시티점이 처음이다. 환전에서 쇼핑까지, 사고 싶은 모든 상품을 한곳에서 사도록 한다는 ‘원 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경쟁관계’로 여겨지는 대형마트와 나란히 문을 여는 것도 이전에는 보기 드물었던 사례다. 롯데백화점 청량리점뿐 아니라 26일 문을 여는 현대백화점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점에도 홈플러스가 들어선다. 백화점업계의 한 관계자는 “어찌 보면 ‘적과의 동침’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요즘은 백화점 고객과 대형마트 고객이 차별화되는 추세여서 서로의 매출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오히려 자연스럽게 고객을 유도하는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은 일산 킨텍스점에 대형마트와 영화관은 물론이고 보통 백화점 문화홀의 1.5배 크기인 1000m²(약 300평) 규모의 문화홀(공연장)까지 들여와 복합 쇼핑몰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옥상에는 ‘고객 쉼터’ 하늘정원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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