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국가들이 희소금속을 확보하기 위한 쟁탈전에 뛰어들고 있다. 반도체, 2차전지, 발광다이오드(LED)같이 희소금속이 필수적으로 쓰이는 신소재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 희소금속의 세계 최대 생산국인 중국이 희소금속 수출을 제한하며 ‘자원 무기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수요 증가에 공급 정체가 겹치면서 희소금속 가격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오르고 있다.
유철환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18일 이런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내고 “자동차, 휴대전화 등 한국 핵심 수출품의 필수 원재료로 쓰이는 희소금속을 선점해야 국내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며 “신재생에너지, 바이오산업 같은 신성장동력 산업의 육성을 위해서도 희소금속 확보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 공급은 불안한데 수요는 급팽창
‘산업의 비타민’이라 불리는 희소금속은 존재량이 적거나 추출이 어려운 망간, 코발트, 리튬 같은 금속자원이다. 자동차, 정보기술(IT)은 물론 바이오, 우주항공 산업에 필수적으로 쓰이고 있으며 태양전지, 하이브리드카 같은 신성장산업에도 핵심자원으로 들어간다. 2003년 이후 매년 수요가 40% 이상 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글로벌 희소금속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이 최근 희소금속 수출 쿼터제를 도입해 수출을 제한하고 나섰다. 중국은 반도체에 쓰이는 희토류의 세계 생산량의 97% 이상을 차지하는 희소금속 최강국. 중국은 또 희소금속 탐사 및 채굴에 대한 외국기업의 투자까지 제한하며 공급 불안을 키우고 있다.
반면 IT 산업 발전, 신성장산업 육성이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희소금속 수요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2008년 기준 세계 리튬 소비량은 2만1280t으로 리튬 생산량(2만6790t)의 79%에 이르고 있다. 리튬이 쓰이는 2차전지 산업의 성장세를 감안하면 리튬 소비량이 생산량을 따라잡는 건 시간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유 연구원은 “특히 2차전지와 LED 디스플레이 시장의 확대가 글로벌 희소금속 수요 확대를 이끌 것”이라고 분석했다.
○ 한국 연말까지 비축량 6만6000t까지
특히 희소금속은 다른 원자재와 달리 생산지가 중국, 중남미, 아프리카 등 일부 국가에 편중돼 있는 데다 선물거래소 등에 상장돼 있지 않아 생산량이 조금만 줄어도 가격이 급등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유 연구원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다른 생산국 수입 비중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지만 다른 생산 국가들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은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일본, 미국, 유럽연합(EU) 등은 중국에서 촉발된 자원 무기화 움직임이 확산되기 전에 희소금속을 비축하고 희소금속 개발권을 선점하는 데 박차를 가차고 있다. 일본은 엔 차관을 제공하고 공적개발원조(ODA)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희소금속 생산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나섰다. 지난해 스미토모상사는 카자흐스탄 국영기업과 우라늄 광석에서 희소금속을 회수하는 사업에 합의했다. EU는 ‘기초자원 이니셔티브’를 발의해 희소금속 확보를 위한 공동대응책 수립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도 지난해 희소금속 비축 확대 전략을 발표하고 희소금속 관련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데 3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특히 2011년 비축 목표를 한 해 앞당겨 7월 말 현재 4만7500t인 희소금속 비축량을 연말까지 6만6000t으로 늘리기로 했다. 최근 세계 리튬의 절반가량이 매장돼 있는 볼리비아와 개발 협정을 맺은 것도 이 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유 연구원은 “세계 각국이 희소금속 확보에 뛰어들면서 수급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라며 “희소금속 개발권을 따내는 것 못지않게 폐(廢)금속자원에서 희소금속을 추출하는 ‘도시광산 산업’을 육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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