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기업공개 신청… ‘정부 그늘’ 벗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20일 03시 00분


“거번먼트 모터스(Government Motors)라고 더는 불리기를 원하지 않는다. 정부가 최대한 이른 시간에 GM(제너럴모터스) 지분을 팔았으면 좋겠다.”

이달 초 미시간 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거번먼트 모터스’라는 오명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다고 밝힌 에드워드 휘터커 GM 최고경영자의 꿈이 실현될 수 있을까. 9월 1일자로 CEO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발표한 휘터커의 꿈이 실현되기 위한 첫 단추가 끼워졌다.

미 자동차회사 GM이 18일 미국 증권거래소에 기업공개(IPO) 신청서를 냈다. GM은 신청서에서 구체적인 주식 매각수와 가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지만 약 160억 달러에서 최대 200억 달러까지 조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월가에서는 GM의 기업공개 규모가 미 증시 사상 사상 최대나 두 번째로 클 것으로 내다봤다. 2008년 3월 ‘카드업계의 거인’ 비자카드가 기업 공개한 규모는 190억 달러.

GM은 이번에 공개하는 주식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캐나다 토론토증권거래소(TSE)에 동시에 상장할 계획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GM의 기업공개 신청서류를 검토하는 데 30∼90일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GM 주식은 10월 말부터 11월 추수감사절 연휴 사이에 거래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08년 금융위기로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아 기사회생한 GM의 최대 주주는 미국 재무부로 500억 달러의 정부 돈을 투입해 지분 60.8%를 갖고 있다. 미 재무부는 이번에 주식을 매각해 지분을 50% 이하로 끌어내리겠다는 방침이다. 올 들어 연속 2분기 흑자를 낸 GM은 올해 정부에 예정보다 앞서 70억 달러의 빚을 갚았다.

지난해 주가가 1달러 밑으로 떨어지면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에서도 탈락하는 최악의 상황을 겪었던 GM이 기업공개라는 첫 단추를 끼우면서 경영정상화에 이어 주식시장에서의 신뢰 회복이라는 과제에 도전하고 있다. 하지만 앞길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GM은 기업공개 신청서에서 “미국 자동차산업이 올해 회복되고 있지만 이런 회복 추세가 계속 이어질지 확신하기 어렵고 세계시장에서 회복세가 확산될지도 불투명하다”고 자체 진단했다. 오키프 앤드 어소시에이츠의 구조조정 전문가 브래드 쿨터 씨는 로이터에 “GM의 기업공개 위험 부담이 ‘거번먼트 모터스’란 불명예스러운 이미지의 부담보다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GM의 기업공개 시점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500억 달러라는 구제금융을 투입해 GM을 살린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하루빨리 GM 주식에서 손을 떼 그의 자동차산업 지원 정책이 성공이었음을 국민에게 보여주고 싶어 한다. 공화당에서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GM의 기업공개는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을 지원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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