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시된 금호타이어 ‘엑스타 LE SPORT(스포트·사진)’를 2개월 동안 사용하면서 국산 고성능 타이어에 대한 견해를 다시 정리해야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타이어 테스트에 사용된 차종은 현대자동차 ‘그랜저’와 BMW 3시리즈.
초고성능을 뜻하는 울트라하이퍼포먼스(UHP) 타이어는 높은 접지력과 우수한 조정성능을 갖추었느냐로 평가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 대신 승차감과 소음은 양보해야 했다. 하지만 멀티플레이어가 각광받는 시대의 흐름을 타이어도 거스를 수는 없다. 이젠 스포츠카에 어울리는 우수한 성능과 함께 세련된 승차감과 빗길 같은 저마찰 노면에서도 실력을 발휘해야 진정한 UHP 타이어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이런 고품격 UHP 타이어들은 주로 해외 유명브랜드가 주도해 왔는데 최근 한국 브랜드들도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개당 40만∼50만 원에 이르는 수입 타이어 못지않은 제품을 절반 가격에 내놓기 시작했다. 엑스타 LE 스포트가 대표적인 모델이다.
이 타이어는 시속 250km 이상을 달릴 수 있는 UHP 타이어임에도 유기적이고 부드럽게 설계된 사이드 월(타이어 측면) 덕분에 노면 충격을 효율적으로 흡수해 승차감이 고급 세단에 사용해도 충분할 정도다. 공사구간이 많은 서울시내 도로나 소음이 많이 발생하는 고속도로 시멘트 포장로를 달려보면 진가가 느껴진다.
특히 우수한 배수성 덕분에 빗길 주행능력이 탁월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물이 고인 곳을 빠른 속도로 지날 때 차체가 휘청거리기 마련인데 경쟁 대상인 고가의 수입산 타이어보다 더 안정적이었다. UHP 타이어를 기본 장착하는 고성능 후륜구동 자동차는 빗길에서 전륜구동 자동차보다 미끄러지기 쉬운데 LE 스포트는 그런 고급시장을 노리고 만든 모델로 보인다.
마른 노면에선 가격이 두 배 정도인 수입산 타이어와 비교해도 거의 비슷한 수준의 성능을 보인다. 주말에 트랙에서 스포츠주행을 해도 충분히 버텨줄 수 있는 능력이다. 핸들링 반응이 빠르고 고속안정성과 제동성능도 동급 모델 중 최상위에 속한다. 또 하나 장점은 마모율에 따른 성능편차가 적다는 것. 장착 후 약 5000km를 주행하는 동안 접지력을 비롯한 모든 부분에서 성능 저하가 거의 없었다.
지금까지 넓은 접지면적에다 큰 사이즈의 휠이 들어가는 고출력 승용차와 어울리는 국산 타이어가 드물어 수입 타이어들이 장악해 왔던 시장에 ‘다크호스’가 등장한 셈이다. 높은 접지력을 기본적으로 갖추면서도 탁월한 배수성과 세련된 승차감까지 제공하는 멀티플레이어인 LE 스포트가 어떤 경쟁을 펼칠지 기대된다.
다만 일반 국산타이어에 비해선 가격대가 높고, 마모도 빠른 편이다. 림 프로텍터 부분이 낮아 고급 휠을 사용하는 자동차라면 주차할 때 살짝만 도로 턱에 스쳐도 휠에 상처가 날 우려가 있어 조심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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