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봉의 돈 되는 부동산]부동산 살아나야‘보금자리’도 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23일 03시 00분


국토해양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올해 4분기 보금자리주택 사전 예약 물량을 조절하겠다고 밝혔다. 세금과 이자 부담, 입주와 공급 과다 등 부동산시장에 융단폭격이 쏟아지는 시점에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줄어든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무주택자를 위한 복지정책의 하나로 나온 중소형 저가주택인 보금자리주택이 요즘 이렇게 눈총을 받는 것은 ‘때’를 잘못 택한 탓이다. 부동산시장은 미분양으로 몸살을 앓고 있고 소유자들은 집값이 떨어져 어려움을 호소하는 판에 수도권 보금자리 공급물량을 시장이 소화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계획대로라면 2018년까지 나올 보금자리주택은 자그마치 분양 70만 채, 임대 80만 채로 총 150만 채다. 이는 현재 서울 전체의 기존 아파트 140만 채를 웃도는 물량이다. 여기에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한 서민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미분양이나 미계약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또 이같이 어마어마한 물량이 2018년까지 지어지면 그동안 아파트가 주택으로서 가지고 있던 지위와 가치는 상당 부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어쩌면 누구나 살고 싶어 하던 아파트 전성기가 짧은 시간에 종말을 맞을지도 모른다.

보금자리주택이 불과 1년 만에 스스로 물량조절을 해야 할 상황에 놓인 것은 집값 하락과 LH의 재정난 탓이다. 최근 1년 동안 심화된 주택경기 침체로 구매심리가 급격하게 떨어지고 그나마 싸게 공급한다는 보금자리주택도 청약 메리트가 적어졌다. 경쟁이 치열했던 서울 강남 보금자리주택 당첨자를 포함한 청약 당첨자들은 내년 본계약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지경이다.

5월의 보금자리2차 사전 예약을 한 경기 남양주시 진건, 부천시 옥길, 시흥시 은계지구는 상당 부분 미달사태를 빚었다. 기존 아파트 가격 하락으로 보금자리주택의 장점이던 가격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분양지역 가운데 서울 강남 3구 내 물량은 거의 없어 보금자리주택 정책효과가 약해질 것이라는 점도 문제다.

이대로라면 올해 말로 사전 예약이 계획된 3차 보금자리주택지구의 분양 성공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다. 땅값과 공사비는 이미 지구 지정 시점에 정해진 터라 인근 시세의 50∼70%라는 보금자리주택의 가격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여기에 보금자리주택지구의 교육시설, 생활편의시설, 교통인프라 등의 취약성이 지적되고 있으며 사업시행사인 LH의 늘어나는 빚과 일부 지방자치단체와의 마찰도 쌓여 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택경기 전반을 활성화하는 게 급선무다. 그다음 보금자리지구의 도시계획을 재설계하고 경쟁력과 상품성을 높이는 작업도 요구된다. 이대로 간다면 이미 분양한 사전 예약분이 내년 본계약까지 이어질지 불투명하고 앞으로 나오는 물량도 청약에 실패해 결국 LH의 빚만 늘릴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잘못하다가는 보금자리주택으로 인해 더 큰 시장침체를 만들 수도 있고 경제위기나 사회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도와줘야 하는 서민들이 정부만 믿고 보금자리주택을 분양받았다가 오히려 분양가를 깎아달라고 시위를 벌이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정책당국과 시행자는 지금이 보금자리주택을 무난히 소화할 수 있는 시점인지 한번 더 고민해봐야 한다. 그 다음 자금의 흐름과 입주 계획은 청약자의 몫이다.

봉준호 닥스플랜 대표 drbong@dakspl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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