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티 ‘뉴 G37 컨버터블’은 ‘도로 위 악동’이었다. 열일곱 살 먹은 소년마냥 주체 못할 힘이 넘쳤다. 이 악동은 출발선에서 얌전히, 그러나 앞을 노려보는 듯 기다리고 있다가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우왕∼’ 하는 우렁찬 소리를 내며 확 튀어나갔다.
고속도로 위에서 시속 80km로 달리다 가속페달을 살짝 밟아 봤다. 순식간에 제한속도를 넘어버렸다. 불끈불끈 힘이 용솟음치기 때문에 제한속도를 지키기가 대단히 힘든 자동차다. 하지만 시속 100km로 정속 주행을 할 때는 자동 7단 변속기 덕분에 엔진회전수(RPM)가 낮아 조용하면서도 연료소비효율도 높은 것이 장점이다.
최고 속도는 시속 230km에서 제한된다. 속도제한만 없으면 시속 280km 이상 올릴 수 있는 힘이다. 힘이 남아도는 야생마 같은 이 차를 어떤 도로에서 몰아야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인지 살짝 고민이 됐다.
G37 컨버터블에는 닛산이 자랑하는 배기량 3.7L, 최고출력 330마력짜리 VQ엔진이 탑재돼 있다. 자동변속기가 달려 있지만 수동변속모드인 DS로 옮기면 수동 운전의 재미도 느낄 수 있다. 변속 속도가 빠르고 속도에 따라 RPM도 빨리 보정돼 스포츠카의 자격을 갖췄다.
계기판은 조금 독특한 모양새다. 보기 드문 흰색과 보라색의 ‘더블 웨이브’ 계기판에다 아날로그 형식의 시계가 부착돼 있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의 감성을 찾는 세련된 멋쟁이들이 좋아할 만한 인테리어다.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1시간 반가량 차 지붕을 열어봤다. 바람이 거침없이 들어온다. 머리 위로 휑하니 뚫린 하늘이 낯설고 불안하기도 하지만 컨버터블에서만 느낄 수 있는 시원함이 있었다.
연비는 L당 9.4km로, 다른 차들에 비해서는 낮지만 3.5L급 휘발유 컨버터블 모델 중에서는 높은 편에 속한다. 서울에서 삼척까지 5만 원어치 휘발유를 넣고 달렸는데 모자라지 않았다.
G37 컨버터블의 용도는 아주 확실해 보였다. ‘달리기 위해 태어난 차’이다. 그러면서도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지붕이 열리는 ‘낭만이 있는 차’다. 아이들을 태우거나 어르신을 모시고 다 함께 가족 나들이를 가는 용도로는 적절치 않다. 4인승이라고는 하지만 뒷좌석 2개는 무릎이 앞좌석에 닿을 정도로 좁기 때문이다.
차문도 2개뿐이다. 앞의 두 사람이 속도와 시원함을 만끽하는 동안 뒤에 앉은 사람들은 죄인 포즈로 앉아있어야 한다. 승차감도 딱딱한 편이다. 울퉁불퉁한 노면 상태가 바퀴를 타고 가감 없이 전해진다. 안락하고 부드러운 차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얼굴이 구겨질 것이다. G37 컨버터블의 국내 가격은 부가세를 포함해 7290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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