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중국의 한국국채 매입’ 충격없도록 대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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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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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이 매월 5조∼6조 원 규모의 국내 채권을 사들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주 중반 중국 외환보유액 다변화와 한국 국채 대량 매입 가능성에 대한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국내 시장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충분히 채권을 확보하지 못한 국내 장기 투자기관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최근 중국의 한국 국채 매입에 관한 논의는 분명 부풀려진 부분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중국이 원화 절상이나 북한 관련 정치적인 압박 카드로 국내 채권을 대량 매수할 것이라는 등의 견해는 확인하기 어려운 추측일 뿐이다. 몇몇 언론의 추측 보도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국내 채권 매수 강도가 최근 들어 특이하게 늘어났다는 증거는 찾아보기 어렵다.

올해 상반기 말 보유 잔액이 작년 말 대비 배 이상 증가했다고 하나 중국의 한국 국채 보유액은 6월 말 현재 4조 원 수준이다. 같은 시점 전체 국채 잔액 354조 원의 1.1% 수준에 불과하다. 논란이 일자 금융감독원은 최근 이뤄진 외국인 채권 투자의 90% 이상이 유럽계 자금이라고 밝혔다. 올해 들어 중국의 우리나라 채권 투자가 늘긴 했지만 최근까지도 비슷한 패턴이며, 특별한 변화를 읽을 수 없다는 얘기다.

결국 시장이 긴장하는 것은 잠재력 때문이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현재 2조4500억 달러에 달한다. 이 중 한국 국채 보유 비중은 35억 달러 규모로 0.14% 수준에 불과하다. 이 비중을 1%로 늘려도 25조 원에 달하는 한국 국채를 사들여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국 국채 잔액의 7%에 이르는 규모다. 중국이 대한국 교역 비중인 8%만큼 우리 국채를 산다면 총국채 잔액의 60%가량을 싹쓸이하게 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금융시장과 경제는 충격을 받게 된다. 중국의 움직임에 따라 채권시장이 크게 출렁일 수 있다. 앞서 지적했듯 매수 시점의 금리 하락은 국내 장기 금융기관의 재무적 안정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 환율 변동성도 커질 것이다. 중국의 국내 채권 매수 자금은 기본적으로 달러이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과 크로스레이트(cross-rate·특정한 나라의 통화와 미국 달러 같은 유력한 제3국 통화 사이의 환율)인 원-위안 환율 모두 크게 변해 수출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통화정책 유효성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점도 걱정이다. 정책금리를 내리거나 올려 시장금리를 변화시키고 나아가 경제주체들의 기대에 영향을 미치고 싶어도 중국 정부의 채권 매수·매도가 우리 통화정책 당국의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시장금리를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미 개방된 시장을 다시 닫을 순 없는 일이다. 우리 경제에 적정한 가격 변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들어오는 유동성을 적절하게 관리하고, 국채 발행에 있어서의 만기 비중 관리에도 신중함을 기해야 할 것이다. 다른 나라의 외환보유액 비중 변화로 국내 시장과 경제가 충격을 받는 일이 없도록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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