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이 결국 ‘인력 감축’이라는 메스를 꺼내들 채비다. 먼저 수술대에 오른 것은 KB금융의 핵심 자회사인 국민은행이다. 연말까지 전체 국민은행 직원 2만6000여 명 가운데 11.5%에 이르는 3000명을 명예퇴직 방식으로 감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 대수술이다. 이들 중 일부는 내년 초 분사될 KB카드나 KB생명보험 등 다른 자회사로 옮기겠지만 적지 않은 임직원이 그룹을 떠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노조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여 수술이 성공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급진전
어 회장은 7월 13일 취임식에서 KB금융과 국민은행에 대해 “비만증을 앓는 환자의 모습”이라고 진단한 뒤 “필요에 따라 외과적 수술을 할 수도 있다”고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수술 방침을 내부적으로 결정하기까진 한 달 넘게 걸렸다. 수술 대상인 국민은행 노조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어 회장도 한 발짝 물러나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밝혔다. 새로 부임한 민병덕 국민은행장도 지난달 29일 취임식에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아닌 인재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시행하겠다”며 노조를 달랬다.
이에 따라 지난달 27일 출범한 그룹변화혁신 태스크포스(TF)도 인력 감축보다는 조직 다이어트에 집중했다. 국민은행이 이달 초 조직개편을 통해 종전 13그룹, 20본부, 66부에서 10그룹, 14본부, 57부로 축소한 게 대표적이다. 이어 지주회사와 계열사 경영진도 물갈이했다.
하지만 2분기 최악의 실적을 발표하면서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가 경영진 사이에서 형성되기 시작했다. KB금융의 한 관계자는 “올 2분기 은행의 1인당 생산성이나 실적이 은행권 최하위여서 인력 감축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상반기 기준으로 8개 시중은행 가운데 국민은행 직원 1인당 생산성은 667만 원에 불과해 가장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 인력 감축까지 ‘산 넘어 산’
KB금융의 인력 감축 배경에 낮은 생산성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이달 초 국민은행의 장기외채 발행자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한 계단 강등했다. 또 2분기에는 국민은행이 3468억 원의 대규모 적자를 낸 탓에 KB금융이 2008년 9월 지주회사 출범 이후 처음으로 분기 기준 적자를 내는 등 적신호가 도처에서 깜박거리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국민은행이 3000명을 감축하는 데 3400억 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다. 여기에 연봉이 월등히 높은 경영진이 포함되고 명퇴자에 대한 위로비까지 포함하면 명퇴 비용은 훨씬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를 설득하는 것도 관건이다. KB금융은 그룹변화혁신 TF에 노조를 가입시키는 등 유화책을 쓰고 있지만 대규모 명퇴는 경영진과 노조를 다시 갈라놓을 수 있는 악재다. 특히 국민은행 노조는 어 회장 취임 직후 법원에 회장 직무정지 가처분신청을 냈을 정도로 강성이다.
이미 2005년에 인력의 10%가량이 명예퇴직한 전례가 있어 보상만 충분하다면 노사합의가 큰 어려움 없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노조도 인력 감축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으며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다”며 “노조 집행부의 임기가 연말에 만료돼 상대적으로 의견 접근이 수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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