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밤도 거의 잠을 못자고 왔어요. 학교에서 무엇을 해야(가르쳐야) 할지…. 요즘 머릿속에는 그것밖에 없어요. 애니콜 개발보다 더 힘들어요.” 지난달 연세대 공대 교수로 변신해 화제를 낳았던 ‘애니콜 신화’의 주인공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이 26일 기자들과 만나 “기술선도국가로 가는 데 일익을 담당할 인재를 키우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기태 교수’는 전날 연세대가 지식경제부가 추진하는 ‘정보기술(IT) 명품인재 양성사업’ 최종사업자로 선정된 것을 기념해 간담회를 가졌다. 연세대가 신설한 ‘글로벌융합공학부’ 1호 교수인 그는 연세대가 최종 사업자로 선정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연세대는 앞으로 10년간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1400억 원을 투자받아 IT 명품인재 육성에 나서게 된다.
이 교수는 아이폰 열풍 등을 계기로 일각에서 제기된 한국 IT산업 위기론에 대해 “‘떨어지고 있다’라는 걸 느끼고 위기로 인식한다는 것 자체가 ‘떨어지지 않은 것’”이라며 “연세대와 지경부가 시도하는 이런 교육도 미래를 바라보고 새로운 발상의 전환을 기술에 접목하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자각증세를 아는데 병을 못 고치는 사람은 없습니다. 위기를 안다는 건 우리나라의 큰 힘이죠. 엄청난 노력을 할 거고, 곧바로 다시 올라갈 기회가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그는 연세대가 선보일 IT 인재 육성방안의 골격도 밝혔다. 올해부터 매년 잠재력을 가진 전국의 고등학생들을 수시모집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훑고 이 중 20명을 최종 선발한다는 방침이다. 심층면접에는 공대 교수뿐 아니라 인문·사회영역 교수도 참여해 ‘창의적 잠재력’이 높은 학생을 뽑기로 했다.
이 교수는 “이스라엘 독일 미국 등 기술선진국의 외국인 학생도 선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학원 과정에는 30명을 선발할 방침이다. 연세대는 이과생과 문과생을 가리지 않고 인재를 찾을 방침이다.
교수진은 글로벌융합공학부 전임교수 21명과 연세대가 송도에 세운 미래융합기술연구소 전임 연구원 30명, 그리고 연세대 본교의 인문·사회·디자인 분야 교수 44명으로 구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임연구원은 학생 개개인의 멘터 역할을 하게 된다. 국내 최초로 학생 1명당 교수 2명이 붙는 새로운 형태의 교육이 시도되는 셈이다.
삼성전자 재직 시절 해외 언론을 대상으로 제품 발표를 하고 있는 ‘이기태 교수’. 26일 기자들과 만난 그는 “인재 육성이 애니콜 개발보다 더 어렵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동석한 이재용 연세대 공대 학장은 “비이공계 교수들은 ‘인간을 위한 제품’ 만들기에 필요한 인문학적 소양을 가르칠 것”이라며 “대부분의 과목이 팀티칭을 통한 다학(多學)적 커리큘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TIF(Technology+Imagination+Future)’라는 교과목을 수강신청하면 기술, 인문, 예술, 디자인을 두루 배울 수 있는 식이다.
전임교수는 국내외 석학과 산업계 출신 전문가 가운데 올해 9명, 내년에 12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벌써 국내외에서 200여 명이 지원했다. 이 학장은 “논문이 우수한 분보다는 해외 연구소나 국내외 산업체 경험이 많은 분을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2, 3학년이 되면 미래융합기술연구소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기업 현장의 문제를 가지고 강의를 받는’ 새로운 교육을 받게 될 예정이다.
이기태 교수는 “이들 과제의 상당수는 중소기업이 직면한 문제가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중소기업의 조력자로서 힘을 발휘하는 학교 문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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