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채권 쏠림 → 금리 하락 → 자산시장 버블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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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7일 03시 00분


금리 하락 곡선이 너무 가파르다. 시중에 뭉칫돈이 쌓여 있고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분위기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지만 최근 금리 하락 속도와 강도는 예사롭지 않다. 특히 한국은행이 출구전략의 일환으로 기준금리를 0.25%나 올렸고 앞으로도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음에도 금리가 당국의 의도와는 전혀 반대로 움직이고 있어 시장 관계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혹자는 외국인 매수세가 금리 하락을 촉발시켰다고 말한다. 올해 들어 외국인의 우리나라 국공채 보유잔액은 18조 원 증가했는데 8월 한 달 사이에만 5조 원이 늘어난 만큼 외국인 매수강도가 강해졌음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채권가격의 급등세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의 경우 최근 10년짜리 국채수익률이 1년 전보다 각각 1%, 0.8% 떨어진 2.46%와 2.85%로 금융위기 직후 사상 최저 금리에 육박하고 있다. 그 덕분에 미국의 채권형 펀드수익률이 연초 이후 8%대로 치솟았다. 주식보다 짭짤하다. 당연히 투자자들의 자금도 몰리고 있다. 미국은 올해 주식형 펀드에서 70억 달러가 환매되었지만 채권형 펀드로는 1910억 달러가 유입되어 채권투자가 인기 상한가를 치고 있다.

일부에서는 채권시장의 버블이 시작되고 있다고 경고한다. 이러다 경기 둔화가 예상만큼 심하지 않거나 인플레이션 신호가 등장하면 채권시장은 졸지에 급락할 수 있다.

사실 금리가 떨어지면 채권 투자자들은 가격 상승으로 재미를 볼 수 있고, 빚을 내 살림하는 당국이나 채무자는 이자부담이 경감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예금생활자에게 금리 하락은 악몽이며 투자자들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환영할 일이 아니다.

특히 장기채권 수익률의 급속한 하락은 저성장과 디플레이션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7%에 육박할 정도이며 인플레이션 압력도 주요 20개국(G20) 국가 중에서는 상위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리가 이렇게까지 떨어지고 있음은 자산시장이 뭔가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으로 가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이 정도 금리 수준에서 버블이라는 단어를 쓰기엔 아직 이르다. 하지만 외국인들의 ‘환투기성’ 국채매수가 금리 하락을 가속화하고 이것이 또 다른 채권매수를 부르는 연쇄반응을 일으키면 예상하지 못한 수준만큼 금리가 하락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통화정책의 유효성도 도전을 받지만 자산운용에도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더군다나 외국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초저금리, 저수익률, 그리고 안전자산에 대한 극심한 쏠림현상이 자산 버블 형성의 최적 환경임을 이해한다면 최근의 지나친 금리 하락은 자산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금리 하락이 증시에 우호적인 변수임은 분명하나 갑작스러운 채권시장의 지각 변동은 오히려 경계심을 유발시킨다. 날씨도 더위를 벗어나 점차 선선해지고 있는데 채권시장도 더는 과열되지 않기를 희망해 본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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