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부터 새벽까지 야근한 부장께서 오늘 아침 나보다 일찍 나와 있다. 참 너무하네. 우리는 도대체 몇 시에 출근하라고….
오늘 업무가 많아 밤늦게까지 처리하느라 낑낑대고 있는데 마침 부장이 술 한잔 걸치고 사무실에 볼일이 있어 들어왔다. “어이, 최 과장 고생이 많네.” 그래 뭐, 이 맛에 살지.
30도가 넘는 찜통더위에 출근하면서 만원 지하철에서 시달리다 흠뻑 젖은 와이셔츠 차림으로 엘리베이터에 올랐을 때. 아, 출근 안 하고 일하는 세상 안 오나.
출퇴근, 야근, 직장 상사에 대한 ‘눈도장’ 등은 샐러리맨들에게 피할 수 없는 숙명과 같다. 어디 먹고살기가 쉬운가. 집안에서 거는 기대, 승진에 대한 욕망, 스스로의 성취도 때문에 매일 받는 스트레스를 꾹꾹 눌러 참고 오늘도 출근길에 오르는 게 대부분의 샐러리맨일 것이다.
그런 직장인들에게 최근 귀가 번쩍 뜨일 소식이 들려왔다. 국내 기업들이 앞다퉈 ‘스마트 워킹(Smart Working)’ 시스템을 갖춘다는 것이다. 스마트 워킹은 업무의 능률을 높이고 직원들의 스트레스와 불필요한 시간낭비를 줄이기 위해 언제 어디서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회사에 정시 출근해 자리를 지키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근무하면 된다. 예를 들면 재택근무를 한다거나 회사가 마련해 준 자신의 집 근처 ‘스마트 워킹센터’에 나가 일을 한다. 이런 방식의 근무 형태는 이미 다른 나라에서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스마트 워킹의 보급률이 국내는 1% 미만이지만 일본은 연내에 20%, 미국은 2016년까지 43%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2015년까지 500여 개의 스마트 워킹센터를 설치할 계획이다.
스마트 워킹 시대가 되면 직장생활의 풍속도가 아주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맞벌이 주부들의 경우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게 되면서 육아에도 큰 도움이 된다. KT 홈고객부문 김미순 차장은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회사에서 실시한 시범 재택근무에 참여했다.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 사는 김 차장은 1주일에 한 번 서초구 서초동의 회사로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근무했다. 집에서 일하며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중학교에 다니는 쌍둥이의 간식도 챙겨주고 집안일도 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회사에 있을 때보다 일을 게을리하는 것도 아니다. “안 보이기 때문에 오히려 업무에 대한 긴장도는 전보다 더 높아졌다”는 게 김 차장의 얘기다. 역시 새 시스템을 겪어본 삼성SDS의 한 직원은 “자유가 주어진 만큼 책임도 늘어났기 때문에 일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은 곤란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국내 최고경영자(CEO) 44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8명이 “앞으로 3년 내에 기업 업무환경이 ‘모바일 오피스’ 중심으로 바뀔 것”이라고 했다.
물론 스마트 워킹 시대가 되면 직장 내 분위기를 파악하기가 어렵고 직원 간 ‘스킨십’ 기회가 줄어드는 등 단점도 불거질 것이다. 하지만 피해갈 수 없는 대세인 만큼 직장인이라면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할 듯하다. 정말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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