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A 씨와 B 씨. 입사 동기인 이들은 월급도 같고 재산 규모도 비슷하다. 그러나 좀 더 넓은 아파트로 이사를 가기 위해 대출을 신청하러 은행을 찾은 B 씨는 대출 한도와 금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얼마 전 같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A 씨보다 대출 한도도 낮고 금리는 1%포인트 이상 비쌌기 때문.
두 사람의 대출 한도와 금리가 달랐던 것은 신용등급의 차이 탓이다. 연체기록 없이 착실하게 금융거래 기록을 쌓은 A 씨에 비해 신용카드 연체가 잦았던 B 씨는 신용등급이 A 씨보다 3등급이나 낮아져 있었던 것이다.
최근 햇살론 등 서민을 위한 대출이 활성화되면서 신용등급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신용등급은 각종 채무 이행 기록과 금융 거래 및 연체 정보 등을 반영해 산출한다. 소득수준이나 재산보유 현황 같은 우량 정보보다는 연체 기록과 같은 불량 정보가 주로 반영되다 보니 내릴 때는 한순간에 뚝 떨어지지만 막상 떨어진 신용등급을 다시 올리는 데는 몇 개월에서 몇 년이 걸릴 정도로 어려워 평소 신용등급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 소액이라도 연체는 금물
신용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신용등급을 알아야 한다. 신용등급을 제대로 관리하려면 자신의 신용도는 제대로 평가받고 있는지, 신용거래 기록은 정상적으로 등록돼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우선이다. 하지만 자산관리공사(캠코)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거부당하거나 캐피털 카드 등 2금융권 및 대부업, 사채 등을 이용해본 경험이 있는 성인남녀 600명 중에 본인의 신용등급을 모른다는 응답이 53.2%에 이르렀다.
신용등급은 신용정보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신용정보사 홈페이지에 가입하면 1년에 한 차례 무료로 신용등급을 조회할 수 있다. 또 캠코가 운영하는 ‘새희망네트워크’(www.hopenet.or.kr)에서도 본인의 신용등급을 무료로 조회해 볼 수 있다.
신용등급이 떨어지지 않게 하려면 연체를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직장생활에 바쁘다 보면 소액연체를 무심히 넘기는 경우가 잦지만 통상 5만 원 이상을 5∼10일 연체하면 기록으로 남아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는 카드나 대출 이자 연체는 물론이고 전기요금, 수도요금 같은 공과금과 휴대전화 요금 연체도 해당된다.
연체금을 일시 완납했다고 하더라도 한번 떨어진 신용등급은 바로 올라가지 않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부주의에 따른 연체를 막기 위해선 각종 공과금과 통신요금은 자동이체를 신청하는 것이 좋다. 또 주소지가 변경이 되면 금융기관에 반드시 통보해야 한다. 이사로 청구서 수령지가 바뀌었는데도 이를 알리지 않아 청구서를 받지 못한 경우 연체로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
○ 대출받아도 성실히 갚으면 신용등급에 도움
대출을 받더라도 연체 없이 대출금과 이자를 성실히 갚으면 오히려 신용등급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주거래 은행을 하나 정해 꾸준히 거래를 하면 거래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급여이체나 카드대금 결제, 공과금 이체 등 금융거래를 한 은행으로 집중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는 신용등급에 마이너스 요인인 만큼 신중하게 판단해 이용해야 한다. 또 대출을 받기 위해 단기간 여러 금융기관에서 신용정보 조회를 많이 하면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것으로 판단돼 신용등급을 떨어뜨릴 수 있다. 특히 대부업체나 캐피털사 등 제2금융권의 대출 조회는 신용등급에 중요한 마이너스 요인이 된다. 다만 내년 1월부터는 연간 3회 이내에서 대출을 위한 신용조회를 하는 것은 등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또 안 쓰는 신용카드를 정리할 때는 오래된 신용카드는 그냥 두는 것이 좋다. 신용등급은 거래가 없는 상태보다 신용거래를 꾸준히 잘한 명세가 있으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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