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층에 석유화학플랜트 미니어처가 있는데 거기서 찍을까요?”(엔지니어링기술팀 김태남 씨·27) “웃는 얼굴이 안 나온다고요? 저희 좀 웃겨주세요.”(PRM1팀 정유미 씨·25·여) 인턴 출신 두 삼성엔지니어링 사원의 적극성과 스스럼없음은 사진을 찍을 때부터 알아봤다. 회의실에서 떼어 온 액자가 ‘작품’이 안 나온다고 다른 배경이 없느냐고 물어보자 자리를 옮겨 다른 층으로 내려가더니 벽 한구석에 놓인 미니어처를 낑낑거리며 끌고 나온다. 웃는 얼굴을 계속 요구해도 짜증내거나 민망해하지 않고 되레 ‘웃겨 달라’며 받아치는 재치를 보여준다. 》
○ 인턴 발판으로 ‘맞춤형 취업 준비’
놀라움은 인터뷰 다음 날인 1일 오전까지 이어졌다. 정 씨가 인터뷰 과정에서 대답이 불충분했다고 여긴 부분을 보완하겠다며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추가 자료를 e메일로 보내온 것이었다. 예쁜 이모티콘과 함께 “사진은 섬세하게 보정해 달라”는 애교성 부탁도 있었다.
경영학과 출신으로 2007년 6, 7월 5주 동안 인턴을 한 정 씨는 이듬해 3월 삼성엔지니어링에 입사했고, 기계공학도인 김 씨는 대학 3학년 때인 2008년 5주간 인턴을 한 뒤 올해 입사했다. 두 사람의 가장 큰 공통점은 인턴십을 ‘맞춤형 취업 준비’의 발판으로 삼아 인턴 과정이 끝난 뒤에 삼성엔지니어링 입사를 더 치밀하고 정교하게 준비했다는 것이다.
정 씨는 인턴을 마친 뒤 인턴 과정을 함께했던 동기들과 삼성엔지니어링만을 목표로 하는 취업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8월∼11월 중순의 4개월 동안 공채를 준비했다. 인턴 동기생 15명 중 지방에 살아 도저히 참여할 수 없었던 한 명을 제외한 14명이 뜻을 모았고, ‘그해 11월 말 공채 면접일까지 함께한다’는 목표로 강도 높게 취업을 준비했다. 각자 다른 친구들과 일반적인 취업 스터디를 하나씩 하고, 삼성엔지니어링 취업 스터디는 인턴 동기들끼리 모여 별도로 하는 형태였다.
기출 문제를 중심으로 전공 분야에서 시사 문제까지 폭 넓은 범위를 다루는 프레젠테이션 연습, 토론, 영어 면접, 자기소개까지 스터디 멤버들이 한 명씩 모의로 응시자 역할을 하면 다른 사람들이 평가와 조언을 해줬다. 어찌나 강도 높게 스터디를 진행했던지 나중에는 서로 자기소개 내용을 외울 정도였다고 한다. 물론 인턴 기간 삼성엔지니어링이 하는 일이나 업종 특성, 미래 비전을 배우고 선배들을 만나 회사 분위기를 익힌 것이 스터디의 방향을 잡고 각자 보완해야 할 점을 회사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인턴을 하기 전 회사 생활에 대해 얼마나 아는 게 없었던지 지금 돌이켜보면 부끄럽기만 한 정 씨의 실수 하나.
“인턴 초반에 아침에 출근해서 혼자 커피를 타 마시려니까 뭔가 좀 어색해서 TV 드라마에서 본 대로 부서 전체에 커피를 돌렸더니 차장님이 ‘우리는 커피 심부름 같은 건 전혀 없다. 오늘만 맛있게 먹겠다’며 굉장히 당황해하시더라고요.”
정 씨는 “동기들과 스터디를 하며 ‘정보를 빼앗긴다’는 식의 경쟁심은 전혀 없었다”며 “면접을 마치고 한자리에 모여 회식을 했는데 나름 비장한 분위기로 ‘우리 후회 없이 노력하지 않았느냐’며 서로 열정을 축하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당시 인턴 동기생들은 지금까지도 1년에 2, 3차례씩 만난다고 했다.
○ “이 부서 업무에 필요한 자격증은?”
김 씨도 마찬가지로 인턴 기간 삼성엔지니어링이 하는 일과 조직 구성을 익힌 것이 이후 1년간 채용 준비에 큰 영향을 미친 경우다. 인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까지는 막연히 자신의 전공이 기계공학이고, 기계설계에 관심이 있다고 하면 취업에 도움이 될 거라고 여겼다고 한다. 김 씨는 인턴 과정에서 부서 견학을 하며 삼성엔지니어링이 하는 업무가 어마어마하게 많고 복잡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중 공간설계팀을 자신의 목표로 삼았다.
“공간설계팀도 그 안에 공기조화 분야, 스트레스 해석 분야, 화재 소방 분야 등 다양한 업무가 있더라고요. 이 팀에서 일하려면 필요한 자격증이 뭔지 여쭤보고 인턴을 마친 뒤 공조냉동기사와 소방설비기사 자격증을 땄습니다.”
김 씨는 “대학에서 몇 년이나 관련 전공을 공부했는데도 기업 인턴을 하기 전까지는 현업에서 실제로 어떤 일들을 하는지에 대해 잘 몰랐다”며 “다른 이공계 학생들도 당시의 나 같은 사례가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간설계팀은 이후 일부 조직이 이름을 엔지니어링기술팀으로 바꿔 분리됐고, 김 씨는 입사 뒤 이 팀에 배정됐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솔직히 많은 사람이 아직도 우리 회사를 건설회사로 알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우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팀이 있는지 정확히 알고 거기에 맞춰서 자격증을 취득했다는 지원자를 어떻게 안 뽑을 수 있겠나”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인턴 프로그램도 ‘우리 회사가 어떤 일을 하는가, 엔지니어링업이 어떤 특성을 갖고 있나’를 설명하는 데 가장 초점을 둔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몇 년 전까지 기업설명회(IR)에서도 건설업과 엔지니어링업의 차이점을 설명하는 도표를 만들어 투자자들에게 배포했다.
정 씨처럼 김 씨도 인턴 기간이 끝났다고 거기서 취업 노력을 멈추지 않고 오히려 인턴 경험을 지렛대 삼아 자신의 합격률을 스스로 끌어올린 셈이다. 김 씨는 이 밖에도 “회사의 성장세를 보며 ‘반드시 여기서 일해야겠다’는 목표의식이 생긴 점이 인턴 과정의 큰 수확이었고, 인턴 프로그램에서 강사로 만났던 팀장급 선배들이 면접관으로 들어와 아무래도 마음이 편했던 점도 채용 과정에서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정 씨와 김 씨에게 기업 인턴을 준비하는 후배 대학생들에게 조언을 하나씩 해달라고 부탁했다. 정 씨는 “인턴은 한마디로 신입사원 생활의 축소판”이라며 “미리 회사에 대한 정보와 분위기를 알 수 있고 그에 맞춰 자격증이나 취업 준비를 특화되게 할 수 있는 만큼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인턴의 가장 큰 장점은 그 회사의 조직 구조를 파악하게 된다는 점”이라며 “어떤 부서에서 어떤 업무를 하는지 미리 알고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을 세워 어필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조언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인사담당자가 말하는 인턴십
▽좋은 예: 자신의 꿈을 보여줘라
인턴십 프로그램에서 플랜트 엔지니어로서의 꿈을 보여주는 지원자를 선호한다. 채용 담당자도 모든 과정 하나하나에서 자신의 꿈을 보여주는 인턴, 가르치는 선배 엔지니어를 미래 자신의 모습으로 생각하는 인턴에게 마음이 가기 마련이다. 이런 꿈을 가진 예비 엔지니어들은 교육 및 실습 효과도 높아 역량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되며, 설사 다른 회사에 지원한다 하더라도 인턴십에서 축적한 경험으로 합격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나쁜 예: 취업 과정으로만 여긴다면
일부이긴 하지만 인턴십을 소위 취업 ‘스펙’을 높이기 위한 과정 중의 하나로만 생각하는 학생들이 있다. 이런 경우 인턴십에 임하는 열정도 약하고 전체적인 분위기마저 흐려 다른 학생들에게까지 피해를 준다. 회사가 보기에도 ‘미래의 플랜트 엔지니어를 양성한다’는 취지가 퇴색한다. 인턴십을 지원할 때에도 당장의 취업에 연연하기보다는 자신의 꿈이 뭔지, 그 꿈과 해당 기업의 인턴십이 관련이 있는지 등을 생각해보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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