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닥터]철저한 종목-시간 분산… ELS 고수들의 투자비법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9월 7일 03시 00분


주가연계증권(ELS)은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에 따라 수익구조가 결정되는 금융상품이다. 대체로 주식 같은 기초자산의 가격이 약정된 조건을 충족하면 은행 금리보다 높은 초과금리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일정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일정 수준의 손실을 볼 수도 있다는 점도 각오해야 한다. 크게 봐서 기초자산의 가격이 크게 하락하지만 않는다면 비교적 높은 수준의 금리를 지급받기 때문에 예금금리 대비 일정한 수준의 초과수익을 추구하는 안정 성향의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금융상품이 바로 ELS이다. ELS의 장점을 잘 활용해 매우 짭짤한 수익을 안정적으로 올리고 있는 한 고수 투자자와 대화를 해 본 경험이 있어 그의 독특한 투자철학을 소개해 볼까 한다.

보통 ELS 투자자들에게 연 기대수익을 물어보면 대부분 ‘은행 금리보다는 조금 높은 수준’이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그 고수는 자신 있게 연 ‘10∼15%’라고 대답했다. 이 정도 기대수익률이면 예금금리 대비 초과수익 정도가 아니라 웬만한 주식형 펀드에 투자했을 때의 기대수익률 수준이다.

기대수익이 이 정도이니 투자대상은 주로 변동성이 높은 종목으로 구성된 ‘종목형 ELS’들이다. 기대수익률보다는 원금 손실의 위험을 우려한 나머지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성과 제시수익률이 모두 낮은 안정적인 지급구조의 ELS를 선호하는 투자자들과는 뚜렷하게 대조된다. 그러나 종목형 ELS를 중심으로 투자한다면 역시 개별 종목의 높은 주가변동성이 문제가 될 것이다.

이에 대해 필자가 만난 ELS 고수 투자자는 전통적이지만 매우 효율적인 위험관리 방법을 구사했다. 바로 철저한 종목 및 시간분산 투자였다. 필자에게 보여준 투자 포트폴리오에 따르면 이 고수 투자자는 만기와 기초자산이 서로 다른 ELS를 9개나 보유했다. 이 고수 투자자에 따르면 ELS의 분산투자 효과는 주식보다 훨씬 뛰어나다. 주식에 투자한다면 분산투자를 할 때 전체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은 축소시킬 수 있으나 기대수익의 하락이라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반면에 종목형 ELS는 연간 제시수익률이 연 10∼15%로 큰 차이가 없으나 손실발생 가능성을 나타내는 종목별 변동성은 주식투자와 마찬가지로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ELS를 종목별로 잘 분산해 투자하면 원금손실의 위험은 많이 줄일 수 있는 반면 분산투자로 인해 지불하는 기대수익의 하락폭은 크지 않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시간별로도 분산투자를 한다면 ELS 만기 시점에서 미국의 9·11테러 사태 같은 대형 돌발악재의 위험도 관리할 수 있다. ELS 투자의 위험관리 방법을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자산을 주로 선호하는 관점에서만 생각했던 필자로서는 고수로부터 ‘한 방’ 먹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밖에도 ELS의 고수는 ‘아무리 조건이 좋더라도 기초자산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2배를 넘으면 투자하지 않는다’ ‘시장 주도주는 종목으로 투자하지 ELS로 투자하지 않는다’ 등 몇 가지 재미있는 투자원칙을 내보였다. ELS의 진정한 고수와 나누었던 유익한 대화 끝에 필자의 머릿속에 문득 이러한 글귀가 떠올랐다. ‘진정으로 강호는 넓고 숨은 고수는 많다.’

이재경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장 jk1017.lee@samsung.com

정리=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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