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0시 10분.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마트 월드점에 직원 및 협력사원 60여 명이 모였다. 영업이 끝나 평소 같으면 퇴근을 준비할 시간에 이들이 모인 것은 손님이 없는 새벽시간을 활용해 추석용 선물세트 진열 작업을 하기 위해서다. 이날 같은 시간 전국 롯데마트 86개 전 점포에서도 농축수산물을 중심으로 ‘추석 선물세트 진열 작전’에 일제히 들어갔다.
“선물용 제품인 만큼 고객 눈에 깔끔하게 보이도록 신경 써 주시고요. 최근 다른 대형마트에서 야간에 화재 난 사실 아시죠? 작업 도중 흡연은 절대 금물입니다.” 전시 작업을 책임진 식품담당 김문수 매니저의 당부를 들은 직원들이 본격적인 선물 진열 작업에 나섰다.
기업들의 사전 주문이 많은 햄, 김, 통조림 등 가공식품 선물은 이미 며칠 전 진열 작업을 마친 터라 이날 과일, 정육 등 신선식품 선물세트를 진열하는 직원들의 손발은 척척 맞아떨어졌다. 기존 상품 진열대가 순식간에 해체돼 지게차로 옮겨지는가 싶더니 선물세트를 전시할 철제 진열대가 눈 깜짝할 사이 설치됐다. 그 위로 선물용 금빛 보자기에 싸인 상자가 척척 놓였다. 하지만 보자기를 풀어보니 모두 텅 빈 상자뿐이었다. 의아한 표정의 기자에게 한 직원이 설명했다. “이건 ‘더미박스’입니다. 진짜 상품이 든 세트를 밑에 깔면 눌려서 제품이 손상, 변질될 우려가 높거든요. 진짜 선물세트는 더미박스 위에 한 줄만 올려놓습니다. 물건이 팔리면 그때그때 보충하죠.”
이날 목표한 작업 완료 시간은 오전 4시. 마감시간이 다가올수록 직원들의 손길은 더욱 분주해졌다. 하지만 선물세트 진열의 법칙을 무시할 수는 없다. 가격이 높고 주력상품일수록 고객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머무는 진열대의 위쪽과 오른쪽을 주로 차지했다. 선물세트의 크기가 다양하다 보니 한정된 면적의 진열대에 각 세트를 요리조리 짜 맞춰 넣는 일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 최근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명절 선물세트 전시는 예년보다 그 시기가 조금씩 앞당겨지는 추세다. 신세계 이마트는 6일, 홈플러스는 지난달 말과 이달 초에 추석 선물세트 전시를 마쳤다. 김 매니저는 “온라인 쇼핑몰이 일찍부터 선물세트를 출시하고 있어 대형마트도 명절 대목 분위기를 일찍부터 선점하기 위해 전시 개시가 조금씩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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