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발광다이오드(LED) TV에 결함이 생겨 일본 도요타자동차처럼 리콜을 해야 한다면? 삼성전자 갤럭시S가 애플 아이폰처럼 ‘안테나 게이트’에 휩싸인다면?
이는 삼성 임원들이 걱정하는 최악의 악몽일 것이다. 도요타나 애플처럼 제품에 중대한 문제가 생기면 완전히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이 삼성 내부의 중론이다. 한국인에게 삼성은 거대한 일류 기업으로 인식되지만 세계인에게 삼성이라는 기업의 이미지는 TV와 휴대전화 두 가지 제품뿐이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해 최근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해외 소통을 강화하고 나섰다. 우선 글로벌 커뮤니케이션그룹이라는 조직을 신설하고 글로벌 홍보 전략을 새롭게 짜기 시작했다.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영어에 능통하고 해외경제에 밝은 이건혁 전무를 영입하고 블룸버그와 로이터통신의 한국 주재기자도 스카우트했다. 삼성그룹의 해외 홍보대사 역할을 할 인력 6명도 내부적으로 모집했다. 이들은 부쩍 늘어난 해외 언론의 인터뷰 및 자료 요청에 대응하고 삼성그룹의 글로벌 이미지 메이킹에 나설 방침이다.
삼성의 대표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매출의 90%를 해외에서 거둔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매출 100조 원, 영업이익 10조 원의 실적을 달성해 ‘100조-10조 클럽’에 가입했다. 올해는 더욱 좋은 실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 삼성 관계자는 “삼성의 제품력이나 제품에 대한 인지도는 높아졌지만 삼성이라는 브랜드에 깃든 의미나 정신을 세계의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은 미흡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은 짧은 시간 안에 압축성장을 한 과정에서 있었던 성공 스토리 발굴에 나섰다. 인사팀이 현직 임원은 물론 퇴직 임원에게까지 연락해 알려지지 않은 애환과 성공 스토리를 찾아내면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해외 소통에 이용할 방침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해외에서 삼성을 ‘정경유착’과 불합리한 지배구조로 성장한 기업으로 보는 것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룹 차원에서 글로벌 사회적 책임(CSR) 전략도 세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 삼성은 각 해외법인이 큰 전략 없이 연 4000억 원의 사회공헌 비용을 쓰고 있지만 앞으로는 삼성의 트레이드마크가 될 수 있는 CSR 전략을 세울 계획이다. 특히 1969년 기술 구걸을 하다시피 해서 삼성전자를 세운 후 압축성장을 한 삼성이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에 발전 노하우를 전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삼성이 ‘받는 기업’에서 ‘주는 기업’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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