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둔화에 대한 불안감이 투자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상반기 중 12%에 달하던 중국의 성장률이 한 자릿수대로 떨어지면 중국 의존도가 높아진 우리 경제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미국, 유럽 등 중국 상품의 주된 구매처인 선진국 경기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수출 주도형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우려는 일견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필자는 현재의 중국 경기 둔화가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판단한다. 중국의 경기 둔화는 다분히 정책적 의도에 따른 것이며 의도대로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선택에 의한 경기 둔화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목표로 하는 것이며 과열을 방치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은 기존의 주요 8개국(G8) 회담을 주요 20개국(G20) 회담으로 확대했고 이머징 국가에 글로벌 공조를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내부 소비나 투자 수요만으로는 고용을 충분히 증가시킬 수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은 국가들이 소비와 투자를 늘려 주기 바라는 것이다. 경상수지 흑자가 유지되고 재정이 건전한 나라들이 환율을 떨어뜨려 수입을 늘리고 저금리를 유지해 내부 부양에 나서란 얘기다.
이렇게 보면 작년 하반기 이후 중국의 선택은 선진국이 요구하는 글로벌 공조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앞서 지적한 대로 중국은 경제성장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긴축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또한 위안화의 명목가치를 올리기 시작하긴 했지만 속도는 느리고, 실질가치는 오히려 떨어졌다. 수입과 내수 부양을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반대의 조치를 취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중국이 이러한 선택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조금 넓게 보면 이렇게 하는 것이 중국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에 더 도움이 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선진국의 고성장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에서 버블이 발생하고 꺼지면 글로벌 경제는 다시 한 번 위기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선진국에서 중국 등 이머징 국가로 대규모 자금 이동이 나타나고 있음을 감안할 때 버블 붕괴 이후 충격은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러한 정책은 중국 자체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누가 뭐래도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고 경제에 버블이 끼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 중국의 입장이다. 1980년대 중반 버블을 방치해 지금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나라 정책에도 시사점이 있다. 우리는 중국과 비슷한 구조에 놓여 있으면서도 극도로 팽창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상당 부분 높은 성장률을 위해서다. 하지만 높은 성장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성장이다. 우리 정책 당국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는 아직 불투명해 보인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정부가 단기 고성장에만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 투자 기간을 줄이고, 그렇지 않다면 투자 기간을 길게 잡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