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로 채권시장에 소동이 벌어졌다. 금리 동결을 발표한 당일 3년 국채 수익률이 하루 사이 0.27%포인트나 폭락할 정도로 시장은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덕분에 현재 3년 국채 수익률이 3.37%로 2004년 12월에 기록한 사상 최저 금리인 3.24%에 바짝 접근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한국은행이 사전에 예고했던 것과 다른 깜짝쇼를 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신뢰 상실’이라는 단어조차 등장할 정도다. 그러나 냉정히 보면 금리를 인상했든 안 했든 금리 하락 추세는 지속되었을 것이다.
이미 누차 보도되었지만 5월 유럽 일부 국가의 재정위기 이후부터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지배하면서 주요국 국채로 돈이 몰려들었다. 채권버블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채 수익률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선진국 중 호주만 유일하게 10년 국채가 4.9%대에서 거래되고 나머지 국가들은 거의 2%대를 보이고 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일본을 필두로 싱가포르와 홍콩, 대만은 1%대 금리고 심지어 말레이시아와 태국도 2%까지 하락했다.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4%대를 기록하고 있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센 인도와 파키스탄이 8∼9%대에 있다.
그런데 사실 이들 나라의 대부분이 경제성장률이나 물가압력이 우리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은 형편이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으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경제학의 일반이론은 아시아 국가들에는 별 의미가 없는 셈이다. 이들 나라와 비교해 봤을 때 우리나라 금리는 상대적으로 높은 편에 속하니 말이다. 아마 남북한의 긴장관계에 따른 역프리미엄이 있을 수 있고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성이 금리에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다. 따라서 그사이 세계적인 채권 강세 추세와 무관하게 높게 형성되었던 우리나라 금리는 계기만 마련되면 상당 폭 하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었다.
여기에 글로벌 경제도 상당 기간 회복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금리가 쌩쌩 올라갈 일이 없다. 여기에 원화 환율도 경쟁국에 비해 저평가 국면에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더군다나 엔화가 15년 만에 달러 대비 최고가를 구가하고 있는 판에 일본보다 거시경제 지표가 훨씬 나은 한국 원화가 절상 압력을 피해가기는 힘들다. 그래서 외국인 투자가들에게 한국 국채 투자는 꿩 먹고 알 먹기다. 환율 절상과 금리 하락을 동시에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저금리와 원화 강세 기조가 예상보다는 훨씬 오랜 기간 지속될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투자가들이 안심하면서 만족할 만한 수익을 올릴 투자처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천신만고 끝에 코스피가 1,800을 넘었다. 주식이 제 가치대로만이라도 대접받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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