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반도체 삼성’에서 ‘스마트TV 삼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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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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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 시간) 미국 소비자가전협회(CEA)가 삼성전자 윤부근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을 내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될 세계 최대의 전자박람회 ‘소비자가전쇼(CES)’의 기조연설자로 선정했습니다. CES의 기조연설은 세계 각국에서 모인 유명 전자업체의 주요 임직원과 기자 수천 명이 귀 기울여 듣는 큰 행사입니다. 이 기조연설 내용이 그해의 주요 전자업계 트렌드를 보여주기 때문이죠.

윤 사장은 삼성전자 사장으로는 두 번째로 이 행사의 기조연설을 맡았습니다. 첫 번째는 2002년 CES의 기조연설을 맡았던 진대제 전 삼성전자 사장이었습니다. 당시 삼성전자는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이었지만 경쟁사인 소니 등과 비교하면 아직 인지도가 부족했습니다. 강력한 브랜드가 없었던 거죠. 진 전 장관은 그런 상황에서 CES의 기조연설을 맡아 삼성전자의 ‘존재감’을 세계에 각인시켰습니다. 특히 이 기조연설 내용은 삼성전자가 단순히 전자제품을 품질 좋게 조립하는 회사가 아니라는 내용이라 더 돋보였습니다. 삼성전자는 컴퓨터 기술과 통신 기술을 전자제품에 적용해 사람들이 어디서나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하는 ‘디지털 자유’라는 새로운 개념을 추구하는 회사라는 것이었죠. 지금은 스마트폰, 스마트TV 등으로 이런 개념이 일반화됐지만 당시만 해도 혁신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진 전 사장은 나중에 정보통신부 장관이 된 뒤 기자들을 만나면 이 기조연설 얘기를 자세히 들려주곤 했습니다. 자신감 있어 보이는 모습을 위해 두 손을 움직이는 제스처를 따로 연습했고, 발성 훈련도 했으며 영어 발음 교정도 받았다고 하더군요. 미국에서 오래 공부해 영어엔 문제가 없었지만 더 또렷하게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마지막 디테일까지 다듬었다는 거죠.

2002년은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를 굳히던 해였습니다. 그리고 진 전 사장은 반도체사업부 출신이었죠. 그는 반도체의 성공을 바탕으로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를 훌쩍 키워 삼성전자를 소니에 필적할 만한 기업으로 ‘업그레이드’ 했습니다.

지금 삼성전자는 TV 분야에서 경쟁사를 제치고 ‘TV 세계 1위’를 굳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윤 사장은 TV를 만드는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출신이죠. 윤 사장도 TV의 성공을 바탕으로 내년 기조연설에서 새로운 삼성전자의 모습을 제시해 ‘메이저 전자업체 가운데 하나’였던 삼성전자를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 기업’으로 발전시키기를 기대해 봅니다.

김상훈 산업부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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