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경북 구미시 임수동 삼성전자 2공장에서 한 직원이 조립이 끝난 갤럭시S 두 대의
카메라 기능을 동시에 점검하고 있다. 사진 제공 삼성전자
13일 경북 구미시 임수동 삼성전자 2공장.
‘14억4930만878’이라고 적힌 전광판 숫자가 초 단위로 쉴 새 없이 올라갔다. 삼성전자가 지금껏 만들어낸 휴대전화 생산대수였다. 이 숫자에는 과거 애니콜 신화부터 현 갤럭시S의 판매 돌풍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삼성전자 구미공장은 올 6월 말 출시 이후 국내 100만 대, 해외 300만 대가 팔려 국내 휴대전화 판매 신기록을 세우고 있는 갤럭시S의 산실이다. 중국과 베트남, 인도 등 해외 공장의 생산비중이 더 높은 일반 휴대전화(피처폰) 모델과 달리 삼성의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S는 구미공장의 생산대수가 가장 많다. 일반 휴대전화보다 고가의 첨단부품이 다수 들어가는 스마트폰의 특성상 숙련공의 손길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물론 삼성이 자랑하는 첨단제품인 만큼 기술보안도 감안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구미공장 근로자들의 평균 숙련도가 가장 높다.
추석을 앞두고 이날 찾은 휴대전화 양산라인은 7260m²(약 2200평)의 단일 공간으로 350여 명의 근로자가 개별 작업대에서 바쁜 손을 놀리고 있었다. 갤럭시S 수요가 최근 부쩍 몰리면서 공장 가동률은 100%에 육박했다. 갤럭시S에 들어가는 ‘슈퍼 AM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이 부족해 생산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일감이 몰리면서 지난달에는 토요일은 물론 일요일에도 생산라인을 돌렸다. 삼성전자 신종균 무선사업부장은 이달 초 베를린에서 열린 ‘IFA’ 가전전시회에서 올해 스마트폰 판매량이 당초 밝힌 1800만 대보다 700만 대 늘어난 2500만 대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구미 2공장은 추석 연휴 동안 최대 9일간 쉴 수 있는 삼성전자 내 다른 사업장과 달리 공휴일인 사흘만 전원이 휴무하기로 했다.
기판 위 회로에 납을 씌우는 자동설비 옆으로 쭉 늘어선 ‘ㄷ’자 모양의 작업대 안에는 20, 30대 젊은 여직원들이 한 명씩 들어가 근무하고 있었다. 이들은 일종의 납땜질을 마친 기판을 받아 AMOLED 패널 등 각종 부품을 조립한 뒤 검사기를 거쳐 포장까지 한 번에 마쳤다. 이른바 ‘셀(Cell)’ 생산방식으로 1990년대 중반 소니, 캐논 등이 처음 도입했으며, 삼성 구미공장은 2008년 1월부터 이 방식을 채택했다.
셀 방식은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대량으로 양산할 수 있어 짧은 시간에 다양한 새 모델을 내놓아야 하는 휴대전화 산업에 적합하다. 특히 삼성의 셀 방식은 개별 숙련공의 성과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이들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데 탁월한 역량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예컨대 삼성 구미공장에서만 시행하고 있는 ‘다능공 레벨제도’는 근로자의 능력을 5개 등급으로 나눠 인력을 생산라인의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3등급 이상부터 숙련공으로 인정받는데, 승급 시마다 인센티브를 줘 직원들 간의 경쟁을 유도한다. 또 3등급 이상 숙련공을 업무조마다 적절히 배치해 이들이 후배들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전체적으로 업무 능력을 상향 평준화하는 효과를 거뒀다.
갤럭시S의 경우 일반 휴대전화보다 부품 수도 많고 조립도 까다로워 3레벨 이상 숙련공들이 집중 투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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