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WINE]샴페인 제조가 와인보다 시간-비용 더 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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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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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 부담 없는 자리라면 확실히 샴페인은 요란하게 따야 제맛이다. 이 소리를 지켜 내려고 포장 전문 회사 알칸은 꼬박 3년간 100만 유로(15억여 원)라는 비용을 추가로 들여야 했다. 애초에 샴페인 속에 녹아있는 탄산가스를 보존하고 이로 인해 높아지는 병 속의 기압을 견딜 수 있는 마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지만 샴페인을 개봉할 때 나는 이 특유의 소리까지 제대로 담아내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출시된 ‘뒤발르루아 클로 데 부브리 2004’는 ‘마에스트로○R(등록기호)’라고 명명된 이 간편 마개를 사용한 첫 샴페인이다. 기포가 없는 일반 와인에 사용하는 ‘스크루캡(손으로 돌려 따는 마개)’이 처음 나온 때가 1970년대였음을 감안하면 스파클링 와인용 간편 마개의 등장은 때늦은 감마저 든다.

작년 이맘때 드라피에사는 샴페인으로선 처음으로 아황산염을 인위적으로 첨가하지 않은 샴페인을 내놨다. 아황산염은 와인이 발효될 때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화합물로 와인 산화를 막고 보존성을 높이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와이너리에서는 법적 한도 내에서 이 물질을 좀 더 첨가해 와인을 만든다. 일반 와인도 이 물질을 얼마간 넣지 않으면 제조하기가 쉽지 않다. 드라피에사의 이번 시도도 이 때문에 의미가 있다. 첫 시도지만 성공적이라는 반응이 많다. 지난해 고미요 와인 가이드에서 20점 만점에 19점을 받기도 했다.

이달 초 샴페인생산자협회(CIVC)는 현재 무게가 900g인 샴페인 병의 무게를 지속적으로 줄여나가겠다고 발표했다. 포므리, 모에 샹동 같은 대형 샴페인 회사들이 이미 기존 샴페인 병보다 가벼운 병을 사용하기 시작했다며 내년 4월까지 대부분의 회원사가 835g짜리 병 사용 대열에 동참할 것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탄소 배출 감소를 위한 병 무게 감량 노력은 일반 와인 제조사에서나 들을 수 있었던 소식이었다. 샴페인 병은 탄산가스로 인해 생긴 병 속의 높은 기압을 지탱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 와인병보다 두꺼워야 한다. 이 때문에 무턱대고 유리 사용량을 줄일 수도 없어 이번에 감량한 65g은 현재의 기술력으로 줄일 수 있는 최대치라고 한다.

5600만 개에 달하는 기포를 품은 샴페인 한 병이 탄생하기까지 들어가는 시간, 비용 그리고 수고는 일반 와인에 비할 바 아니다. 이러한 샴페인이건만 늘 들리는 소리는 어느 황실에 공급된다든가, 어느 공주나 왕자 결혼식에 사용된다든가 혹은 세계적인 유명인사 이름 곁에서만 맴돌 뿐이다. 다른 와인은 가격 대비 품질을 실컷 따지면서도 샴페인만큼은 열외다. 화려한 이미지의 샴페인이 국내시장에서 감내해야 하는 ‘짠한’ 이면이다.

김혜주 와인칼럼니스트
● 이번 주의 와인
페리에주에, 벨 에포크 2002


유리공예가 에밀 갈레가 병에 새긴 탐스러운 흰 꽃 ‘아네모네’는 이 샴페인의 맛과 향이 그대로 표현된 것과 다름없다. 순수함, 우아함 그리고 기품…. 여러 면에서 이 샴페인은 이제 고인이 된 앙드레 김을 떠올리게 한다. ‘아름다운 시절’이라는 뜻을 지닌 ‘벨 에포크’란 이름도 어쩐지 그렇다. 1846년 처음으로 단맛이 나지 않는 ‘브뤼’를 내놓은 페리에주에사의 대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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