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는 ‘미래에서 온 뉴스’라는 제목의 기사에 향후 10년 동안 일어날 수 있는 사건들을 연도별 예측 형식으로 실었다. 언론에서 가끔 역술인들의 신년운세를 싣는 경우는 있어도 영향력 있는 경제잡지에서 각 방면 전문가들의 전망을 집약해 연도별 미래 사건을 열거한 것은 드문 일이었다. 특히 매일 증시 움직임을 예측해야 밥 먹고 사는 증권맨들은 포브스의 미래 예측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이 기사는 우리의 일상을 바꿀 만한 대단한 뉴스들로 꾸며져 있다. 그중에는 2019년에 빌 게이츠가 은퇴하면서 500억 달러를 기부한다는 별 재미없는 뉴스도 있지만 당장 증시와 관련된 몇 가지 예측도 있어 눈길을 끈다. 바로 내년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망한다는 것과 2013년에 뉴욕 증시가 기술적 실수로 4000포인트 폭락한다는 것, 그리고 미국이 2017년이 되어서야 경기침체에서 벗어난다는 예측이다. 이 중에서 김 위원장의 사망 운운은 참 고약한 예측이다. 최근 심심찮게 건강이상설이 흘러 나왔으니 가능성이 없지는 않겠지만 만에 하나 발생하면 증시의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 전체가 한바탕 홍역을 치러야 할 일이 아닌가.
2013년에 미국 증시가 순식간에 4000포인트 폭락한다는 뉴스는 이목을 집중시킨다. 실제 올해 5월 불과 몇 분 사이 1000포인트가 폭락하는 등 매매 실수가 있었다. 게다가 최근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는 소위 초고속 매매(High Frequency Trading)로 전산상 오류가 발생하면 굳이 2013년까지 가지 않더라도 언제라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2017년 전까지 미국 경제가 여전히 불경기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예측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다시 말하면 최소한 미국 증시는 그때까지 별 볼 일 없다는 얘기인데 미국 증시가 좋지 않으면 기타 증시는 뛰어 봤자 ‘이하 동문’이니 우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예측에 불과하다. 특히 연도별로 특정 사건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측은 재미있는 지적 모험이긴 하지만 상당히 무식한 시도다. 다음 분기 예측조차 번번이 틀리는 판에 10년 치 예측은 그냥 흥미로운 게임 정도로 치부하면 될 것이다. 지금 당장은 지수 1,850을 넘어선 증시가 어디까지 힘쓸지 궁금하다. 1년 만에 드디어 1,700에서 벗어났으니 연말까지 2,000에 도전할 것 같기도 하다. 더구나 이번의 1,850은 1,600을 넘어서면서 줄기차게 나왔던 환매를 딛고 도달한 지수다. 여기에 최대 라이벌인 고정금리는 마냥 하락하고 있다. 모처럼 증시가 미움을 덜 받으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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