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르트의 반대 사고-양수의 반대 ‘음수의 개념’ 첫 사용
스티브 잡스의 반대 사고-대형 컴퓨터만 있던 때 PC 만들어
끊임없는 혁신적 아이디어로 세상을 놀라게 하는 스티브 잡스는 기존 지식의 반대를 탐색하는 전문가다. 그가 세상에 던진 최초의 충격이라 할 수 있는 PC 애플컴퓨터도 ‘컴퓨터는 데이터 양이 많은 곳에 적합한 대형 제품만 있으면 된다’는 기존 관념의 반대를 추구했기에 탄생할 수 있었다. DBR 자료 사진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명언을 남긴 데카르트는 수학, 물리학, 의학, 철학에서 세계사적 업적을 이룬 인물이다. 데카르트가 이룬 업적은 아주 많아 이루 다 헤아리기도 쉽지 않다. 이 가운데 수학사에 빛나는 성과물로 꼽히는 ‘음수’를 처음 사용했다는 사실도 포함된다. 데카르트 이전에는 서양 수학에서 음수가 사용된 바 없다. 음수는 단지 상상속의 숫자에 불과했다. 데카르트는 어떻게 음수를 발견했고 이를 현실에 활용했을까.
잠깐 숫자에 대한 시간여행을 떠나보자. 어떻게 숫자가 탄생했을까. 학자들은 최초의 숫자가 사냥감과 관련됐다고 추정한다. 예를 들어 매머드 한 마리, 양 두 마리, 토끼 세 마리 등처럼 자신들이 포획한 사냥감을 세기 위해 숫자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 고대 인류가 사용한 숫자는 모두 양수였다. 자연에 존재하는 숫자를 표현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매머드 ―1마리와 같은 음수는 실재하지 않는 숫자이고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다. 그래서 표현할 수 없었다. 물론 고대 수학자들도 음수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는 세상에 실재하지 않는 수이므로 불경스럽게 여겨 표현하지 않았다. 따라서 데카르트 이전에 음수는 명시적으로 사용된 적이 없었다.
이렇게 인류 문명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는 음수가 세상에 나타난 것은 전적으로 데카르트의 공로다. 포병 장교로 전쟁터에 출전한 데카르트는 포격 대상을 정확히 표현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이때 막사 천장에 파리 한 마리가 날아다니는 것을 발견했다. 문득 파리의 움직임을 어떻게 하면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하던 데카르트는 천장의 가로, 세로줄을 기준으로 바둑판 모양의 그림을 그리면 파리의 위치를 정확히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영감을 얻은 데카르트는 좌표의 개념을 생각해 냈다.
문제는 0 이하의 수를 어떻게 표현하느냐는 것이었다. 직선상에 0, 1, 2, 3, 4, 5와 같은 자연수를 표현할 수는 있었지만 그 반대의 공간에는 무엇으로 표현해야 할지 막막했다. 고민하던 데카르트는 드디어 음수를 생각했다. 0 이상이 있다면, 0 이하가 존재한다. 그래서 그는 이전까지 0의 왼쪽부분의 직선에 ―1, ―2, ―3, ―4, ―5와 같은 음수를 문명 최초로 적게 된다. 이러한 수직·수평선으로 교차하면 지금 우리에게 친숙한 X축과 Y축으로 이루어진 좌표가 만들어진다. 물론 이전에도 그리스인이 만든 좌표법이 있기는 했지만 음수가 도입된 좌표는 역사상 처음이었고 파격적인 아이디어였다. 이로써 점과 수식을 같은 차원에서 살펴보는 게 가능하졌고 기하와 대수가 통합되는 계기가 마련됐다. 이를 통해 함수의 개념이 표현되기 시작했고 미분과 적분을 표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 그리고 직선뿐만 아니라 원, 타원, 쌍곡선 같은 기하학적 도형도 모두 식으로 나타낼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졌다. 데카르트가 만든 놀라운 통찰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후대 학자들은 이 직각좌표의 평면을 데카르트의 라틴어 이름인 ‘카르테시우스(Cartesius)’를 따서 ‘카르테지안 평면’이라고 부른다.
음수의 발견은 어떤 과정으로 탄생했을까. 데카르트는 기존 지식의 반대를 살피는 것에서 시작했다. 직선상에 양수를 표현하고 나니, 그 반대가 비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반대의 것에 마이너스(―)라는 이름을 붙여준 게 계기가 됐다. 수천 년간 오직 양수만 존재해 왔었지만 데카르트는 우리가 알고 있는 기존 지식의 반대를 탐색함으로써 실로 놀라운 발견을 하게 된다. 양수의 반대를 살피니 이전에 없던 음수가 자연스럽게 도출됐고 그 결과 양수의 개념이 재정립됐다.
이 같은 사실은 우리가 알고 있는 기존 지식의 반대를 살핌으로써 이전에 깨닫지 못하던 통찰을 얻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비단 데카르트 시절에만 적용되는 교훈이 아니다. 개인용 컴퓨터의 시초가 된 애플컴퓨터, 화려한 색상과 무늬의 큐래드(Curad) 반창고, 비 오는 날에도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 스카이 엄브렐러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애플컴퓨터는 1977년 세계 최초로 개인용 컴퓨터를 만들었다. 대형 컴퓨터만 존재하던 당시로선 혁명에 가까운 일이었다. “이 세상은 5대의 컴퓨터면 충분하다”(IBM 창업자 토머스 왓슨), “개인이 집에 컴퓨터를 가지고 있을 이유가 전혀 없다”(디지털이큅먼트 최고경영자 케네스 올센) 등 개인용 컴퓨터 시장은 완전히 무시되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 역시 대형 컴퓨터의 주 사용처는 대학이나 연구기관처럼 데이터 양이 많은 곳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반대로 크기와 기능을 줄이고 개인이 쓰기에 적합한 소형 컴퓨터를 만들어 낸다면 분명히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고 봤다. 개인도 나름의 영역에서 계산, 저장, 출력과 같은 기능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큐래드는 기존 반창고 제품이 모두 피부색이라는 점에 착안해 정반대의 접근을 시도해 공전의 히트를 친 사례다. 큐래드 이전의 기존 반창고는 상처 부위가 겉으로 드러나는 걸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하면 피부색과 비슷하게 단일 컬러로 만든 제품이었다. 하지만 큐래드는 오히려 눈에 띄는 컬러와 캐릭터를 입혀서 외부에 확연히 드러나는 제품을 만들었다. 어떤 반응이 있었을까. 반창고의 주 사용층인 어린이들이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어린이들은 아무런 특징이 없는 반창고보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만화영화 주인공, 즉 슈렉부터 슈퍼맨, 스파이더맨 등에 이르기까지 인기 애니메이션의 캐릭터가 들어간 큐래드에 환호했다. 또래 친구가 큐래드를 붙이면 따라 붙이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상처가 나지 않아도 큐래드를 붙이는 아이들까지 나타났다. 이전에 없던 새로운 용도까지 탄생한 셈이다.
우산 안쪽에 맑은 하늘을 그려 넣은 스카이 엄브렐러 역시 기존 지식의 반대를 탐구하는 방법으로 고안된 제품이다. 우산은 보통 비를 피하는 도구이다. 그래서 방수기능과 사용편리성, 내구성이 중요하다. 그런데 미국 뉴욕의 MOMA 미술관에서는 기존 우산을 전혀 다른 관점으로 해석했다. 우산은 비만 피하는 도구가 아니라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라는 해석이다. 스카이 엄브렐러는 비가 오는 날에도 맑은 하늘을 보는 특권을 고객들에게 부여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보통 우산과 다름없지만 우산 안에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을 그려 넣었기 때문이다.
기존 지식의 반대를 살피는 활동은 이처럼 위력적이다. 사람들은 보통 익숙한 관점에서만 생각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의 반대 사실을 알게 되면 인지적으로 놀라움이 발생한다. 이것이 기존 지식의 반대를 살피는 근저의 힘이다. 통찰하고 싶다면 기존 지식의 반대를 살펴보라. 적어도 아이디어의 실마리는 얻을 수 있다.
신병철 WIT 대표 bcshin03@naver.com
정리=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66호(2010년 10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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