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말 유학을 떠나는 직장인 권모 씨(31)는 다음 달 회사를 그만둘 생각이다. 권 씨는 여태까지 모은 돈을 유학자금으로 쓰기 위해 직장생활 3년간 꾸준히 넣어오던 연금저축을 해약하기로 마음먹고 금융기관을 찾았다. 하지만 중도해지하면 수령액에 대한 세금에다 해지가산세까지 내야 한다는 직원의 설명을 들었다. 연금저축을 중도해지하면 어느 정도의 불이익이 있는지 궁금하다. 》 연금저축(펀드)은 연간 납입액 300만 원 한도 내에서 전액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노후 대비 목적뿐만 아니라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 필수로 가입하는 금융상품 중 하나다. 소득공제는 세금 계산 때 소득금액에서 차감해주는 방식으로 올해 300만 원을 납입했다면 300만 원만큼 소득금액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연간 종합소득 과세표준이 8800만 원을 넘어 최고 세율 38.5%(주민세 포함)를 적용받는 사람이라면 연금저축에 300만 원을 넣었을 때 115만5000원(300만 원×38.5%)만큼의 세금이 절감된다.
연금저축에 가입해 이렇게 매년 소득공제를 받은 뒤 나중에 납입한 돈을 찾을 때 세금이 부과된다. 이때 어떻게 수령하느냐에 따라 과세 방법이 달라진다. 연금으로 받으면 연금소득으로 과세되고 한꺼번에 일시금으로 받으면 기타소득으로 과세된다.
권 씨처럼 연금저축을 중도해지하면 세금은 어떻게 될까. 연금저축의 계약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해지하거나 만료 후라도 연금 형태가 아닌 일시금으로 받으면 수령금은 기타소득으로 22%(주민세 포함)의 세율이 적용된다. 이때 연간 300만 원을 초과하게 납입해 소득공제를 받지 못한 금액이 있을 경우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등으로 소득공제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하면 초과 금액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또 수령액이 300만 원을 초과하면 종합소득세 신고가 의무 사항이어서 다른 소득과 합산 과세되기 때문에 세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예를 들어 권 씨가 해지하고 800만 원을 수령하면 권 씨의 근로소득과 합산돼 세금이 부과된다. 권 씨가 최고 세율(38.5%)을 적용받는다면 이미 기타소득으로 원천 징수된 세율(22%)과의 차액인 16.5%만큼인 132만 원을 더 내야 한다.
하지만 종합 과세로 세금이 항상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권 씨의 연간 과세표준이 4600만 원 이하로 16.5%의 세율을 적용받는다면 이미 원천 징수된 세율이 더 크므로 오히려 44만 원의 세금(800만 원×5.5%)을 돌려받는다. 반면 수령액이 300만 원 이하이면 무조건 종합 과세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원할 때 종합소득세 신고를 할 수 있다. 따라서 본인의 종합소득세 세율 구간이 기타소득세율(22%)보다 낮다면 연금저축 수령액이 300만 원 이하인 사람도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서 환급받는 것이 유리하다.
또 저축 가입일로부터 5년 내 해지하면 납입금액에 2.2%의 해지가산세가 추가로 붙는다. 하지만 천재지변, 저축자의 퇴직이나 해외 이주, 사망 등 ‘세법상 특별해지 사유’로 해지하면 5년 내 해지하더라도 가산세가 없다. 따라서 회사를 그만둘 권 씨는 지금 해지하는 것보다 퇴직한 뒤 해지하는 게 좋다. 퇴직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해지하면서 금융기관에 퇴직소득원천징수영수증을 제출해 입증하면 해지가산세가 부과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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