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家 2파전’ 현대건설 인수전 3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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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4일 03시 00분


[1] 현대그룹 영입 獨기업, 채권단의 평가는
[2] 현대건설 보유 현대상선 지분 처리 어떻게
[3] 6일 이정화 여사 1주기때 타협 여부도 촉각

《‘현대가(家)의 집안싸움’으로 압축된 현대건설 인수전은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자금력’과 현대그룹의 ‘명분’이 다투는 형국이 될 것으로 재계에서는 관측하고 있다. 인수합병(M&A)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인수 가격이라는 점에서 현대차그룹이 다소 유리할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지만 인수 가격 외에 인수전의 향배를 바꿀 만한 변수가 여러 개 있기 때문에 아직은 예측불허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 ‘히든카드’ 좋은 평가 받을까

우선 현대그룹이 인수의향서 접수 직전 공개한 일종의 ‘히든카드’인 독일계 엔지니어링 기업 ‘M+W그룹’이 채권단으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을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 후 시너지 효과를 강화하고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M+W그룹을 전략적 투자자(SI)로 영입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이 12억6689만 유로(약 2조 원)이고, 영업이익이 8895만 유로(약 1371억 원)로 규모가 큰 회사는 아니다. 하지만 기술력을 갖춘 엔지니어링 회사란 점에서 현대건설과의 합병 후 시너지 효과 측면에서는 채권단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현대그룹 측은 기대하고 있다.

아직 어느 정도 지분으로 참여할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최소 20∼30%로 참여할 것으로 전망돼 현대그룹의 자금 부담도 덜어 줄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M+W그룹은 세계적인 엔지니어링 기업으로 기술면에서 우월하다”며 “현대건설이 유럽에서 시장을 확대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 현대차 인수땐 현대그룹 경영권 위태

현대그룹이 사활을 걸고 현대건설 인수전에 나서는 이유 중 하나는 현대건설이 가진 현대상선 지분 8.3% 때문이다. 현대그룹은 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로지엠-현대엘리베이터로 이어지는 순환 출자 구조를 갖고 있으며 현대상선이 현대증권과 현대아산, 현대유엔아이, 현대경제연구원의 최대주주다.

현대상선의 지분 구조는 현대그룹 우호지분이 42.77%인 데 비해 현대중공업 17.60% 등 범현대가가 보유한 지분도 30.97%에 이른다. 이 때문에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이 범현대가로 넘어간다면 현대그룹으로선 그룹 경영권 확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한다는 전제 아래 현대상선 지분을 현대그룹에 넘기는 것도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UBS증권은 최근 낸 보고서에서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한 후 현대상선 지분을 전부 현대그룹에 매각하는 게 최상의 케이스”라고 평가했다.

○ 물밑 접촉 중재안 마련 가능성

정몽구 회장의 부인 이정화 여사의 1주기인 10월 6일에 있을 제사가 주목받고 있다. 현대건설 인수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에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을 비롯한 범현대가 인사들이 모두 모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는 것. 이 자리에서 정 회장과 현정은 회장 사이에서 현대상선 지분 처리와 관련된 이야기가 오가면 향후 물밑 접촉을 통해 양측이 중재안을 마련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정 회장으로선 현 회장이 한발 물러서면 인수 가격이 급등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약 5500억 원으로 평가받는 현대상선 지분을 현대그룹에 넘김으로써 인수 자금 부담도 덜 수 있게 된다. 또한 ‘집안싸움’이라는 세간의 부정적 시선에서도 벗어날 수 있어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다.

현 회장으로서도 현대차그룹과의 쉽지 않은 승부에서 그룹 경영권 방어라는 실리를 챙길 수 있기 때문에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범현대가 기업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양측 모두 막판 타협 가능성을 높게 보지는 않지만 인수전이 이전투구로 흐르는 것을 아무도 원치 않기 때문에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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