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일부 화장품업체를 제외하고는 주로 주문자상표부착(OEM)생산, 제조자개발(ODM)생산 업체에 제품 개발과 생산을 의존하는 현실에서 화장품 중견기업 ‘엔프라니’는 남다른 길을 걸어가는 회사다.
올해 5월 ‘발명의 날’에 이주동 엔프라니 피부과학연구소장이 신기술을 개발한 공로로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9월 현재 국책 연구 6건 수행, 50건이 넘는 특허 보유, 과학논문 인용 색인(SCI)에 등재된 국제저널에 연구논문 게재…. 2001년 CJ그룹에서 분사한 지 올해로 10년째. 그간 엔프라니 피부과학연구소가 거둔 성과는 눈부시다.
지난달 29일 인천 중구 신흥동 CJ제일제당 인천 제2공장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엔프라니 피부과학연구소에서 유희창 대표(57·사진)를 만났다. 유 대표는 “엔프라니는 연구소부터 만들어놓고 시작한 브랜드”라면서 “‘레드 오션’인 국내 화장품시장에서 적극적인 연구개발로 차별화한다”고 강조했다.
1990년대 말부터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가 레티놀이 함유된 주름 개선 화장품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치열한 시장 선점 경쟁이 벌어졌다. 국내 화장품 업체들도 뛰어들었지만 성분을 안정화시켜 화장품에 적용하기란 쉽지 않았다. 다른 회사는 중도 포기하거나 원료를 수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지만 엔프라니는 6년을 투자했고 2007년 ‘레티닐 레티노에이트’를 개발했다.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 특허 등록을 했으며 교육과학기술부와 보건복지부에서 신기술 인증을 받았다.
레티노에이트는 일본 진출의 발판도 됐다. 이 성분을 적용한 주름 개선 화장품이 면세점에서 월평균 4000개씩 팔려 나가면서 ‘한국에서 꼭 사가야 할 화장품’으로 일본 관광객 사이에 입소문이 난 것. 올해 11월 일본에 오프라인 매장 300곳을 내고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연구개발이 활성화돼 있다 보니 시장에 새로 선보일 제품이 줄을 서 있다. 일본 교토대와 함께 개발한 화장품이 이달 말 첫선을 보이고 연세대 의대 신체보호막연구소와 만든 아토피 전용 제품라인도 조만간 내놓으려고 한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약 850억 원.
색조 브랜드 ‘셉(SEP)’과 ‘식물나라’로 홈쇼핑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엔프라니는 올해 초 로드숍 ‘홀리카 홀리카’를 열었다. 유 대표의 구상은 2, 3년 뒤 엔프라니를 백화점과 방문판매 시장에 진출시키는 한편 ‘홀리카 홀리카’로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엔프라니는 품질이 좋다’는 고객의 반응을 얻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연구와 기술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지요. 화장품은 이미지 산업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품질 없이 이미지만으로는 승부할 수 없습니다. 요즘 소비자는 화장품에서 약의 효능을 원하기 때문에 새로운 원료 개발이 필요하고요. 중요한 것은 연구와 기술개발을 위한 식지 않는 열정, 끊임없는 노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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