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먼 옛날, 신비한 주머니를 가진 거북이 한 쌍이 행운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에 마을을 지었어요. 신비한 주머니에서는 빛나는 달빛별 무지개가 쏟아져 나와 마을을 환하게 비춰 주었어요. 달빛별 무지개의 수많은 아기별들은 마을에 내려와 학교 가는 길이 됐고 신비한 주머니의 붉은 천은 마을 입구에 깔려 사람들이 바라는 모든 일이 이루어지는 축복의 문이 되었답니다. 이 마을에서 거북이들과 좋은 이웃들은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동화책에 나오는 내용이 아니다. 이 이야기는 11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 경기 고양시 식사지구의 2350채 아파트 '위시티 블루밍'의 탄생 '신화'다. 청원건설은 분양 초기부터 '좋은 아파트에는 좋은 이웃이 함께 합니다'라는 구호를 내걸고 이 이야기를 들려주며 입주 예정자들에게 '설렘'을 전달하고 있다.
● "아파트 문 오가면 성공과 행운이…"
최근 건설사들 사이에서 '스토리텔링 아파트' 마케팅 열풍이 불고 있다. 소비자들이 '내 집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입지나 최첨단 시설을 뛰어넘어 아파트에 얽힌 신화적 이야기를 제시하거나 있는 그대로의 아파트 이야기를 진솔하게 전달하고 있다.
청원건설의 위시티 블루밍은 '거북 신화'를 배경에 두고 아파트 단지 입구를 비롯해 조경, 정수시스템, 보안시스템과 단지 내에 자리 잡은 초·중·고교 학생들의 등하교길 하나하나에 신화 속 의미를 부여했다.
단지 입구는 신화 속 이름 그대로 '축복의 문'으로 이름 붙였고 단지 안에서도 가장 좋은 기운이 흐른다는 곳에 위치를 정해 '모든 입주민에게 성공과 복을 안겨준다'는 의미도 부여했다. 단지 안에 있는 등하굣길인 '학교 가는 길'은 학생들의 꿈과 희망을 키우도록 배려했다.
길 주위에 이순신의 거북선, 장영실의 해시계를 비롯해 스티브 잡스,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모습과 박지성 선수의 발 등을 상징하는 조형물 24점을 설치했다. 또 '신비한 주머니'를 형상화해 각 동의 옥상에 왕관 모양의 조명을 설치해 여기서 쏟아져 나오는 화려한 빛이 달빛별 무지개를 상징하도록 했다.
이밖에 상하수도 5단계 정수 시스템은 '맑음이 오형제', 첨단 보안 시스템은 '거울 보안관', 쓰레기 자동집하 시스템은 '쓰레기 먹보'라고 이름 붙였고 이를 상징하는 캐릭터를 적용하는 한편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 단지 내에 거북이를 형상화한 예술작품도 마련했다.
청원건설은 현재 '꿈같은 이야기가 현실이 된 아파트'를 주제로 위시티 블루밍의 모든 이야기를 보여주기 위한 인터넷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있어 사이버 상에서도 입주민들과 아파트에 담긴 신화를 공유할 예정이다.
● 첨단 그래픽보다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
삼성물산은 '래미안' 브랜드 탄생 10주년을 맞아 '살아보면 사랑하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배우 이미숙과 신민아 등 각 세대의 대표 아이콘을 모델로 내세워 이들이 래미안에서 실제 생활하는 모습 자체를 보여주는 광고를 내보내는 중이다.
두 배우는 경기 용인시 동천동의 '래미안 이스트팰리스'에서 3일간 생활했고 제작팀은 이들을 밀착 촬영했다. 신민아가 "자는 거 먹는 거 다요?"라며 깜짝 놀라거나 거실 마루 위에 털썩 앉는 모습 등을 통해 과장이나 기교 없이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을 래미안의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림산업은 '진심이 짓는다'는 이야기를 내세우며 실제 단지의 모습을 광고로 활용하고 있다. 에너지 절감 기술, 10㎝ 더 넓은 주차장, 무장애 단지설계, 추가 수납공간 등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진심으로 집 짓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 이를 통해 대림산업은 자사의 첨단 기술을 알리기보다는 소비자들이 듣고 싶어 하는 '집 짓는 이야기'를 내세워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앞으로 '이야기가 있는 아파트' 분양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박병호 KAIST 경영대 교수는 "스토리텔링 마케팅은 이미 사람들의 머리 속에 저장된 신화나 이야기 구조를 자극해 제품의 이미지를 좋게 하는 첨단 기법"이라며 "입지나 기능 및 가격 차별화를 넘어서 이야기를 통해 차별화 시키는 마케팅 전략이 아파트 분양시장에도 본격적으로 파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