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로펌인 ‘김&장 법률사무소’에서 4년간 근무했던 A 변호사는 2006년 8월 공정거래위원회에 특채로 채용됐다. A 변호사는 공정위에서 서기관급으로 근무하며 다양한 법무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그러나 그는 1년 8개월을 공정위에서 근무한 뒤 김&장 법률사무소로 돌아갔다. 공정위로 옮길 때 ‘일반 변호사’였던 그의 신분은 ‘파트너 변호사’로 승진했다.
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정옥임 의원실이 공정위가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공정위 출신 변호사 퇴직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공정위에 재직하다 퇴직한 서기관급 변호사 4명 중 3명은 공정위에서 2년 이하의 기간만 근무한 뒤 대형 로펌으로 이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한 4명의 변호사 중 A 변호사를 포함한 2명은 공정위를 퇴직한 뒤 공정위에 오기 전에 근무했던 대형 로펌으로 돌아갔다. 2006년 5월부터 2008년 5월까지 공정위에서 서기관급 변호사로 재직했던 B 변호사는 A 변호사처럼 세종 로펌으로 돌아갔다. 공정위에 오기 전 세종에서 8년간 변호사로 근무했던 B 변호사 역시 돌아갈 땐 파트너로 ‘승진’을 했다. 공정위에서 2년간 근무하다 7월 퇴직한 C 변호사는 공정위에 오기 전 근무했던 로펌과는 다른 로펌에 들어갔지만 역시 파트너로 승진을 해 옮겼다.
정옥임 의원은 “공직에는 관심도 없고 단순히 경력 관리를 위해 잠시 공무원이 된 로펌 변호사들을 정부가 세금으로 연수시켜 주고 좋은 경력을 만들어 파트너 변호사로 승진시켜 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로펌으로 이직하는 것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서기관급 이상 퇴직자들의 경우 퇴직일로부터 2년간 퇴직 전 3년 이내에 소속됐던 부서의 업무와 관련이 있는 일정 규모 이상의 사기업체에는 취업이 제한된다.
여기서 말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사기업체란 자본금 50억 원 이상이며 외형 거래액이 연간 150억 원 이상인 기업이다. 국내 대형 로펌들의 경우 외형 거래액은 150억 원이 넘지만 자본금은 50억 원이 안 된다. 정 의원은 “자본금과 외형 거래액 기준을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아무런 제재 없이 대형 로펌에 파트너 변호사로 재취업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며 “자본금과 외형 거래액 중 한 가지만 충족하는 사기업에도 진출할 수 없도록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서기관급 변호사들이 2년 이하의 기간만 근무하고 퇴직한 것에 대해 “B 변호사와 C 변호사의 경우 계약 기간이 2년인 직책에서 활동하다 계약 기간 만료와 함께 퇴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또 A, B 변호사가 근무하던 로펌에 승진해서 이직한 것과 관련해 “원래 있었던 로펌으로 돌아간 건 개인의 선택이고 당시 이들을 채용할 때는 가장 적임자라고 판단해서 뽑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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