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충남 당진군 송악읍 현대제철연구소 압연실험동 차체분해분석실에는 반으로 잘린 자동차 차체 주변으로 자동차 부품들이 하나하나 뜯어져 놓여 있었다.
“현대자동차와 경쟁하는 외국 자동차회사들이 어떤 강(鋼)으로 어떤 부품을 만들었는지 알아보기 위한 거죠. ‘글로벌 베스트셀러’라고 하는 차들은 거의 다 뜯어봤습니다.”
○ 자동차 뜯어보는 제철연구소
연구소 서윤모 차장은 “자동차 차체 분해까지 하는 제철소는 흔치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제철-현대하이스코-현대차 3사를 한데 모아 수직계열화로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현대차그룹의 ‘자동차특화형 제철’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현장이다. 분석실 벽면에는 중형차인 도요타의 ‘캠리’와 혼다 ‘어코드’, 대형차인 BMW ‘745Li’를 이렇게 뜯어보고 분석한 연구 결과를 적은 패널들이 빼곡히 걸려 있었다.
최고 강판 나오기까지 충남 당진군 송악읍 현대제철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열간압연시험기를 작동하고 있다. 이 시험기는 실제 열연강판을 만드는 열간압연설비를 10분의 1 규모로 축소한 실험 장비다. 사진 제공 현대제철
현대하이스코 소속인 분석실 앞에서는 현대제철 연구원들이 대당 가격이 수십억 원에 이르는 열간압연시험기로 빨갛게 달궈진 도시락 상자 크기의 작은 슬래브를 눌러 2∼3mm로 편 핫코일을 만드는 실험을 하고 있었다. 냉각 속도 등을 조금씩 달리하면서 여러 종류의 핫코일을 만들어 가볍고 튼튼하면서 가공성이 높은 소재를 만드는 압연공법을 찾는 실험이다. 이 시험기 앞 패널에는 “관련 자동차 부품을 35% 경량화한다”는 구체적인 목표가 적혀 있었다.
현대제철연구소에는 쇳물을 만드는 현대제철 외에도, 현대제철 제품을 받아 냉연강판을 만드는 현대하이스코와 최종 수요업체인 현대차 연구원들이 이처럼 한 실험동에서 함께 연구한다. 강종 개발 단계부터 자동차 강판에 적합한 ‘맞춤형 소재’를 찾는 게 목표다. 현대차 측은 “경기 화성시 현대차 남양연구소에도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연구원이 상품기획 단계에 참여해 더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만드는 데 필요한 소재 특성 등을 논의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소 옆, 지난달 준공한 현대제철 C열연공장에서는 롤러 테이블 위에서 벌겋게 달궈진 슬래브가 핫코일 제품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현대제철은 열연공장 3곳 중 생산능력이 가장 크고 라인도 제일 긴 이 공장을 자동차 강판 전문 생산공장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장영식 현대제철 차장은 “한마디로 고로에서 나온 가장 좋은 쇳물을 자동차 강판 만드는 데 쓰겠다는 것”이라며 “현대차로서는 원가도 절감하고 주로 일본에서 수입하던 열연강판 제품을 국산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 “제강 기술로 쏘나타 더 튼튼해져”
현대제철 공장과 붙어 있는 현대하이스코 냉연공장에서는 얇은 철판을 로봇 팔이 들어올려 라인에 얹고 있었다. 라인에서 1000도 가까이 달궜다가 냉각수를 이용해 차갑게 식혀 철판 강도를 순식간에 3배 수준으로 높이는 ‘핫스탬핑’ 공정이다. 남승만 현대하이스코 연구원은 “원리는 담금질과 같지만 국내에서는 양산차에 처음으로 도입한 신공법”이라며 “이 공법 덕분에 현대차 ‘YF쏘나타’가 더 가볍고 튼튼한 차가 될 수 있었다”고 자랑했다.
당초 YF쏘나타의 초기 설계에서는 차체의 옆면 강도를 유지하기 위해 골격 부품에 보강재를 적용해 관련 부품 수가 12개, 무게는 17kg이나 됐다. 그러나 현대차는 현대하이스코와의 논의 과정에서 핫스탬핑 공법을 적용하면 단가는 다소 올라가지만 부품 수는 4개, 무게는 9kg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양산 전 설계를 변경했다. YF쏘나타의 무게를 8kg이나 줄인 이 공법을 현대·기아차는 현재 5개 모델에 적용하고 있으며 2012년까지 모두 15개 모델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조원석 현대제철 부사장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내년에는 현대차 자동차강판 수요량의 40%, 2012년에는 50%를 현대제철 및 현대하이스코가 공급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조 부사장은 “최신 설비와 현대차, 현대하이스코 연구원들의 풍부한 노하우가 합쳐져 연구개발 속도가 놀랄 정도로 빠르다”며 “품질에 대해서는 납품을 하지 않는 한이 있더라도 2, 3중의 안전장치를 거쳐 경쟁사 이상의 수준을 반드시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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