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까지만 해도 이룰 수 없는 꿈으로만 보였던 종합주가지수 2,000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분위기는 종합주가지수가 1,800을 돌파하며 2,000으로 치닫던 2007년 하반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2007년이 계속되는 신고가 행진으로 돈을 번 투자자들이 랠리를 즐기던 축제 분위기였다면 지금은 원금 회복시기만 기다리는 다소 소심한 분위기라고 할 수 있다. 필자도 주식과 관련된 업무에 꽤 오랜 기간 종사하며 여러 경우를 겪어 봤으나 지금처럼 ‘조용하고 소심한 랠리’를 경험해본 일은 없었다.
얼마 전 아름다운 한 지방 도시에서 만났던 고객이 바로 지금의 소심한 시장 분위기를 대변하고 있다. 그 고객은 큰 자금을 국내 주식형펀드에 투자한 뒤 기대 밖의 손실을 경험했다가 지금은 원금회복은 물론이고 수익도 났기 때문에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그럼에도 고객은 필자를 보자마자 주식형펀드를 모두 환매해 채권에 투자하거나 임대형 부동산을 매입할 생각인데 어느 쪽이 좋겠느냐고 물어 왔다.
투자의 대안은 그만두고라도 ‘지금 국내 주식형펀드를 모두 환매하겠다’는 의견 자체에 필자는 3대 불가론을 펼치면서 반대했다. 우선 자산관리 전략의 측면에서 볼 때 ‘원금회복’ 이후 보유자산을 매각하는 수준의 자산관리로는 돈을 벌 방법이 없다. 원금회복이라 함은 수익률이 0%라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트레이딩 측면에서 볼 때 현재의 종합주가지수는 보유 자산을 성급하게 매도하기보다는 일단 추세의 흐름을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 추세를 형성하면서 달리는 말에 올라타기는커녕 성급하게 내리는 행동은 결코 현명한 트레이딩 방법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주식매도 불가론’은 가격 매력 측면에 근거한다. 가격매력 정도를 나타내는 중요한 투자지표인 주가수익비율(PER)은 2010년 현재 예상 실적 기준으로 10배 수준이다. 이는 과거평균 밴드인 9∼12배의 하단부 수준에 불과하다. 순자산가치 기준으로 평가해 봐도 국내 주식시장은 선진시장 대비 20%, 신흥시장 대비 30% 저평가된 1.4배에 불과하다. 이렇듯 유동성이 증가하고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는 시점에서 가격 매력이 충분한 주식 자산을 매도할 이유가 전혀 없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고객에게 다음과 같은 예를 말씀 드렸다. 주식시장에서는 다른 사람들보다 투자성과가 좋은 ‘현명한 투자자’들이 반드시 존재한다. 필자의 관점에서 볼 때 외환위기 이후 가장 현명하게 행동했던 투자자들은 개별 국가의 관점이 아니라 글로벌 투자전략의 관점에서 우리 주식시장에 접근한 외국인들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외국인들이 주식을 매수하면서 국내 주식시장의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과연 현명한 장기 투자자들이 추세를 만들어 가는 주식시장의 국면에서 빨리 탈출해 버리는 전략을 올바르다고 할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해서만은 그 고객도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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