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8·29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는 신문기사를 봤습니다. 8·29대책 이후 부동산시장은 어떤 상태이며 대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 8·29대책의 효과에 대해서는 기대와 실망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정부는 주택가격의 안정세가 유지되는 가운데 실수요자 중심으로 주택구입 수요가 나타나는 등 일부 효과를 보고 있다는 판단입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아직 거래 활성화 효과가 검증되지 않아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 대책은 실수요자를 위한 거래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무주택자 또는 1가구 1주택자에 대해 총부채상환비율(DTI) 적용을 한시적으로 폐지했습니다. 소득에 여유가 있는데도 규제 때문에 집을 구매하지 못한 사람들이 거래에 나서도록 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또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입하는 무주택자에게는 내년 3월 말까지 국민주택기금을 활용해 가구당 2억 원 범위 안에서 대출해 줘 실수요자들이 주택자금을 좀 더 쉽게 마련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완화를 2년 연장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등록세 감면 기간도 1년 더 연장했습니다. 하반기에 급매물이 쏟아져 집값이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를 통해 정부는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거래의 불씨가 살아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아직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대책 발표 이후에도 아파트 매매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전세금만 급등하고 있습니다. 4일 국토해양부와 KB국민은행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은 각각 0.2% 내려 6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습니다. 다만 하락폭은 전달의 각 ―0.4%에 비하면 조금 줄었습니다.
또 서울지역은 지난달 전세금이 0.7% 상승해 9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금 비율은 43.0%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2006년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주택 대기 수요자들이 향후 시장전망을 어둡게 보고 매매시장에 나서기보다는 전세시장으로만 몰리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부동산중개업소를 대상으로 한 서울지역 매매거래 동향 조사에서도 ‘한산하다’는 의견이 97.6%로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정부 대책이 아직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DTI 규제보다는 향후 집값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로 거래가 정체됐기 때문에 규제 완화가 곧장 거래활성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입니다.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의 국민주택기금 대출 신청 건수도 조금씩 늘고 있지만 2005년 시행했을 때의 폭발적인 인기에 비하면 저조한 수준이라 거래활성화를 이끌지 미지수입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현 상황이 단순한 거래 침체가 아니라 주택시장의 패러다임이 소유에서 거주로 바뀌는 장기 과정이라고까지 진단합니다.
하지만 한 달여 만에 대책이 실패했다고 속단하는 것은 이르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시장에서 조금씩 긍정적인 부분도 보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매수심리가 미미하나마 회복되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이 부동산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달 매매시장이 ‘매수자 우위’라고 대답한 비율이 7.8%로 전달의 5.7%보다 높아졌습니다. 서울에서도 ‘매수세 우위’라고 답한 비율이 0.7%로 전달(0.4%)보다 개선됐습니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8월 1일부터 29일까지 수도권 아파트 낙찰률은 32.3%를 기록했지만 대책 발표 이후 한 달 동안은 35.5%로 3.2%포인트 올랐습니다. 낙찰가율도 75.7%에서 76.3%로 소폭 올랐습니다. 하락세를 거듭하던 경매시장 지표가 대책 발표를 기점으로 상승세로 돌아선 것입니다.
부동산 거래는 단순한 가격함수가 아니라 심리적 요인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정부도 대책의 직접 효과보다는 침체된 주택시장에 ‘더는 방치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됩니다. 상당수 전문가도 대책이 서서히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우고 수요자들의 구매심리를 자극해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시기는 대략 올해 말부터 내년 초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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