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형으로… 화폐 크기로… 상품권의 변신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6일 03시 00분


홈플러스 ‘맞춤형 디지털 상품권’
홈플러스 ‘맞춤형 디지털 상품권’
종이상품권 일색이던 백화점 마트 등 유통업체의 상품권이 최근 카드형 상품권으로 바뀌고 있다. 고객의 편의성 강화와 업체 측의 필요가 맞물려 기존 종이상품권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최근 신세계그룹은 카드식 선불형 상품권인 ‘신세계 기프트카드’를 출시했다. 신세계백화점은 물론이고 이마트와 계열 온라인몰 등에서 차감식으로 사용하는 이 카드는 가상계좌에 미리 지불된 충전금액 내에서 자유롭게 사용이 가능하다. 2006년 카드형 상품권을 출시한 홈플러스도 지난해부터 카드상품권 표면에 고객이 원하는 사진이나 문구를 인쇄할 수 있는 맞춤형 상품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온라인몰 직접결제 가능

롯데 스페셜카드
롯데 스페셜카드
유통업체들이 카드형 상품권에 주력하는 배경에는 최근 매출 비중이 급증하는 온라인몰의 사용 편의를 강화한다는 방침이 자리 잡고 있다. 기존 종이상품권을 온라인몰에서 쓰려면 상품권을 직접 온라인몰에 보내 확인작업을 거친 뒤 사이버머니인 ‘포인트’로 변환해야 했다. 하지만 카드형 상품권은 직불·신용카드처럼 온라인몰 직접 결제가 가능해 온라인몰에 익숙한 젊은 고객들을 상품권 시장으로 유인하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매출 증진과 보안 강화 면에서도 카드형 상품권이 비교우위에 있다. 대개 액면가의 60% 이상을 구매하면 잔액을 요구하는 고객이 많은 종이형에 비해 소액결제가 편리한 카드형은 자투리 금액까지 소진하는 경향이 높아 결제액이 작은 중소형 입점업체의 매상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종이형과 달리 충전 대금이 전산망상에서 오가는 카드형은 위·변조의 위험성이 낮고 점포 인근에서 암암리에 이뤄져온 ‘상품권 깡’을 줄이는 데도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카드형 상품권의 등장에는 그동안 신용카드사가 주도해 온 선물용 선불카드를 견제하려는 목적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카드사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이 가능한 선불카드 사용액이 올해 상반기에만 1조1996억 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현재는 백화점 마트 등에선 사용하지 못해도 연간 4조 원 수준의 유통업체 발행 상품권 수요를 일부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신세계 기프트카드
신세계 기프트카드
신세계나 홈플러스와 달리 신용카드사를 계열사로 거느린 롯데는 올해 2월 롯데카드에서 ‘롯데 스페셜 카드’를 출시하고 자사의 백화점 마트 온라인몰 등에서도 사용이 가능하게 했다. ‘상품권’이라는 이름은 안 썼지만 기존에 사용할 수 없었던 백화점 등으로 사용처를 넓히는 방식으로 사실상 카드형 상품권을 출시한 것. 롯데카드 관계자는 “기존의 선불식 카드를 백화점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고객의 목소리를 반영했다”고 말했다.

카드상품권의 거센 도전에 종이상품권 역시 편의성과 보안성을 대폭 강화하는 추세다. 최근 개점 80주년을 맞아 종이상품권을 새로 출시한 신세계는 상품권 6종의 규격을 모두 신권 화폐 규격에 맞췄다. 간편하게 보관할 수 있고 ‘상품권=현금’이라는 느낌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신세계 자금팀 전상진 팀장은 “진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요판인쇄 기술을 적용하고 수표 등에나 사용하던 특수잉크나 형광물질 등을 사용해 보안성을 현금 못지않게 대폭 강화했다”고 말했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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