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을 걸을 때나 운전을 할 때에도 말로 e메일을 써서 보낼 수 있게 된다. 구글코리아는 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스마트폰에 대고 말하면 텍스트로 입력해주는 ‘말로 쓰는 구글 모바일 서비스’를 선보였다. 한국어 서비스는 영어에 이어 두 번째로 나왔다. 조원규 구글코리아 연구개발(R&D)센터 사장은 “스마트폰은 키패드가 작아서 오타가 많이 난다”며 “이젠 기존의 음성검색뿐 아니라 e메일, 채팅, 문자도 말로 하는 모바일 시대”라고 말했다. 》 ○모바일은 말로 통한다
몰래 하는 사내연애.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문자를 보내기 어려운 상황. 남자가 혼잣말하듯 “주말엔 뭘 하지”라고 하자 여자의 스마트폰이 울린다. 여자는 눈치를 보며 “요즘 영화는 뭐가 재밌지”라고 말한다. 남자는 곧바로 영화 검색을 하기 시작한다.
구글코리아가 ‘말로 쓰는 구글 모바일 서비스’를 선보이며 내보낸 동영상이다. 곧이어 이해민 프로덕트 매니저가 시연에 나섰다. “지금은 운전 중인데 차가 많이 밀리네요. 30분 후에 뵈어도 괜찮으신가요?”라고 말하자 스마트폰 문자창에 그대로 글자가 적혔다. 다만 띄어쓰기는 맞지 않았다. 이 매니저는 “G메일(구글 e메일)이나 구글토크(메신저)에서 많이 사용되는 문장일수록 빨리 얘기해도 잘 알아듣는다. 그러나 사람들 이름과 숫자는 학습이 좀 더 필요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날 미국 현지에서 화상으로 기자간담회에 참여한 마이크 슈스터 구글 음성인식총괄연구원은 “e메일, 채팅에 쓰이는 말은 문장이 길고, 단어를 배열하는 경우의 수가 굉장히 많아 수백만 가지 표현을 학습시켜야 했다”며 “한국 기사, 블로그, 다양한 웹페이지를 참고해 문자배열과 사용법 등을 훈련시켰다”고 말했다.
6월 선보인 한국어 음성검색은 영어 중국어 일본어에 이어 여덟 번째. 하지만 이번 서비스는 세계에서 영어에 이어 두 번째로 나왔다. 슈스터 연구원은 “현재 10개 언어 이상의 음성검색 서비스가 나왔는데 이 중에서도 한국어 음성검색이 정확했고, 호응이 좋았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구글코리아는 내비게이션을 말로 작동시키는 ‘음성 액션 서비스’, 다른 나라 말로 번역해 주는 ‘음성통역 서비스’ 등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구글 개방성 어디로?
구글의 새 서비스는 안드로이드2.2 운영체제(OS)를 쓰는 스마트폰에서만 가능하다. LG전자 옵티머스원에는 기본으로 들어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S와 갤럭시U는 먼저 2.2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한 후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구글 한글키보드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야 한다. 반면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은 나와 있지 않다.
슈스터 연구원은 “현재 아이폰에 ‘말로 쓰는 구글 모바일 서비스’를 탑재할 계획이 없다. 아이폰 키보드에 접근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라며 “안드로이드에만 쓸 수 있게 한다는 구체적인 목표가 있는 것은 아니므로 앞으로는 다른 운영체제에서 가능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구글은 그동안 음성검색 등 다른 서비스는 나오자마자 애플의 앱스토어에도 올렸다. 구글은 좀 더 많은 사용자가 혁신적인 기술을 누릴 수 있도록 한다는 ‘개방성’을 앞세우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구글이 우회적으로 아이폰용 음성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게 가능한데도 만들지 않는 것은 새 서비스를 안드로이드폰만의 ‘킬러’ 서비스로 묶어두려는 전략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