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타워를 한국판 실리콘밸리의 전초기지로 만들겠습니다. 열정 있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으니까요.”
온라인 게임 ‘던전앤파이터’로 벤처성공 신화를 쓴 허민 전 네오플 대표(34·사진)가 소셜 커머스 사업 투자가로 복귀했다. 허 씨는 6일 자신이 설립 투자자로 참여한 나무인터넷의 ‘위메이크프라이스닷컴’(wemakeprice.com) 오픈 기자간담회에서 투자자로서 포부를 밝혔다.
허 씨는 서울대 공대 95학번으로 1999년 비운동권 출신 최초로 서울대 총학생회장에 당선됐다. 2001년 게임회사 ‘네오플’을 설립하고 내놓은 18개 게임을 내리 실패한 뒤 2005년 출시한 액션게임 ‘던전앤파이터’가 히트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이 게임은 회원 1000만 명에 동시접속자 17만 명으로 세계 신기록을 세웠고, 허 씨는 2008년 네오플을 넥슨에 매각하며 10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거둬 ‘청년재벌’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허 씨는 “평생 쓰고도 남을 돈을 벌었지만 이상하게 그 후 행복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허탈한 마음에 무작정 미국으로 여행을 떠난 그에게 잊고 있었던 꿈이 되살아났다. 가수와 야구선수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미국 버클리음대 오디션에 낙방했지만 입학 담당관에게 수백 번 e메일을 보내고 설득한 끝에 결국 지난해 입학허가를 받아냈다. 현재 2학년에 재학 중인 허 씨는 밴드를 이끌며 가수를 꿈꾸고 있다. 또 야구선수가 되려면 늙어서도 던질 수 있는 마구(魔球) ‘너클볼’을 배워야겠다고 결심하고 메이저리그에서 318승을 거둔 너클볼의 전설 필 니크로를 찾아가 삼고초려 끝에 투구법을 전수받기도 했다.
허 씨는 “한국이었다면 음대 입학이 불가능했겠지만 미국에서는 내 열정을 믿고 받아줘 놀랐다”며 “실리콘밸리의 벤처 신화가 여전한 것에도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900억 원대의 자금으로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있는 미래에셋타워를 인수한 것도 부동산 투자가 목적이 아니라 한국판 실리콘밸리의 거점을 만들겠다는 것. 그는 “게임회사 초기 20억 원 이상을 빚져 만약 던전앤파이터가 성공하지 못했다면 도망 다니는 신세가 됐을 것”이라며 “국내에도 실패의 두려움 없이 도전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나무인터넷이 뛰어든 ‘소셜커머스 쇼핑’은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정해진 수의 고객을 확보하면 파격적인 할인 가격으로 판매하는 시스템. 이종한 나무인터넷 대표는 “서울 시내버스 총 7000대 중 1000대에 배너 광고를 하는 등 출범 마케팅에만 10억 원을 투입했다”며 “소셜커머스 시장을 키운 뒤 내년부터는 기존 온라인쇼핑 시장에도 진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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