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T의 신문 및 TV광고를 유심히 본 소비자라면 광고마다 고유한 특징을 가진 글자체가 공통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눈치 챘을 것이다. 특징적인 글자체는 하나은행의 광고 역시 마찬가지다. 두 기업은 글자체를 아예 특허청에 ‘KT 올레체’, ‘하나은행 하나체’라는 이름으로 디자인등록출원을 마쳤다. 이처럼 기업의 브랜드 정체성을 담은 글자체를 개발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6일 특허청에 따르면 2005년 이후 기업들의 글자체 디자인 등록출원은 66건에 달한다. 2006년 11월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나이키 KT 하나은행 옥션 교보문고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자사 브랜드 정체성을 담은 글자체 출원을 마쳤다. 특허청은 “기업들의 글자체 출원이 늘어나면서 전체 출원 중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6년 1.7%에서 지난해 14.2%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글자체는 디자인보호법 대상이 아니었으나 2005년 법 개정에 따라 ‘기록이나 표시 또는 인쇄 등에 사용하기 위하여 공통적인 특징을 가진 형태로 만들어진 한 벌의 글자꼴’인 글자체가 보호 범위에 포함됐다.
특히 최근에는 한글 글자체뿐만 아니라 영문 특수기호 숫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동시에 출원해 통합된 글자체를 사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에 대해 특허청은 “브랜드 전쟁이 심화되면서 자사의 고유 글자체를 이용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며 “예전에는 브랜드 글자체를 로고 등에만 사용했으나 최근에는 글자체 출원분야가 영문 특수기호 숫자로까지 확대되면서 포장지, 광고, 간판, 인터넷 홈페이지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KT의 경우 지난해 7월 ‘olleh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올레체’를 개발해 디자인 출원을 마친 뒤 모든 광고물과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레체를 사용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휘날리는 다이내믹한 이미지를 담아 기업이미지 차별성에 역점을 뒀다”며 “기업 정체성에 대한 일관된 이미지를 전달함으로써 기업이미지 상승 및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에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에는 옥션(지난해 2월), 교보문고(지난해 10월)도 속속 동참했다. 특허청 관계자는 “기업이 브랜드 고유의 글자체를 등록함으로써 글자체 관리가 쉬워지고 자기 회사를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브랜드 전용 글자체를 개발하려는 기업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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