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1호 신약 선플라주(SK제약)가 매출 부진으로 고전하다 생산을 중단하는 등 대부분의 국산 신약이 상업적 성공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확인됐다.
보통 신약 개발의 성공 확률은 5000분의 1에서 1만분의 1 수준. 신약 개발은 이처럼 리스크는 크지만 대신 성공하면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국산 신약의 수익성은 얼마나 될까.
○ 신약 수익성은 글쎄
6일 보건복지부와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산 신약은 평균 400억∼500억 원의 투자비와 10년에 걸친 연구기간을 거쳐 개발에 성공했다. 그렇지만 국내 제약업체가 개발한 신약 17종(천연물 신약 2종 포함) 중 블록버스터(세계시장 연간 매출 1조 원 이상) 또는 준블록버스터(1000억∼1조 원) 신약으로 분류되는 것은 1종도 없었다. 반면 출시 이후 판매를 중단하거나 시판조차 안 한 제품은 4종에 달했다.
복제의약품(제네릭) 부문에서 성공으로 평가되는 기준인 ‘연매출 100억 원’을 넘긴 신약도 조인스정(SK제약), 스틸렌정, 자이데나정(이상 동아제약), 레보비르캡슐(부광약품), 레바넥스정(유한양행), 팩티브정(LG생명과학) 등 6종에 불과하다. 반면 국내 시장에서 판매되는 의약품 중 연매출 100억 원을 넘긴 제품은 200여 종에 달한다.
최대 3000억 원에 이르는 개발비를 감안하면 지금까지 경제적으로 이익을 남긴 신약은 2종에 불과하다. 보통 신약 매출액이 개발에 투입한 연구비보다 10배 이상 돼야 경제적으로 ‘남는 장사’로 평가받는다. 180억 원을 들여 개발한 스틸렌정은 2002년 출시 이후 지난해까지 2583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조인스정은 60억 원을 들여 885억 원을 벌어들였다. 여기에 현재 판매 추세를 감안할 때 자이데나정, 레바넥스정 등도 시장성이 있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 복제의약품 내수시장 경쟁은 치열
국내 제약산업의 연구개발(R&D) 투자는 글로벌 제약사들과 비교하면 규모는 물론이고 비중도 미미한 수준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조사 결과 2008년 국내 256개 제약업체의 총 R&D 비용은 5388억 원으로 총매출액(11조8294억 원)의 4.55%에 불과하다. 반면 전 세계 매출 1위 화이자가 2007년 매출의 16.7%인 80억9000만 달러(약 9조1497억 원)를 R&D에 투자하는 등 세계 1∼5위 제약사의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14.6∼17.5%에 달한다.
국내 의약품 유통이 품질 경쟁보다는 리베이트를 통한 영업 위주로 진행된 것도 R&D 투자 부진의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가 2008년 상장 제약기업 34곳을 조사한 결과 26개 기업이 R&D 투자액보다 판매촉진비(광고선전비 포함)가 많았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김은중 연구원은 “현재 제약기업들은 혁신적 신약 개발보다는 유사한 복제의약품을 과다 개발해 내수시장에서 업체 간 영업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여재천 사무국장은 “지금까지 시장성 있는 신약이 많지 않다는 점은 인정해야 하지만 R&D의 측면에서는 결코 실패가 아니다”라며 “제약회사들이 이런 과정을 거쳐 경험과 기술을 축적해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고 있고, 머지않아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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