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민’들 소형 경매로 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8일 03시 00분


전세금 매입가 격차 줄어들자 아파트 응찰 늘고 낙찰률 상승

치솟는 전세금에 고민하는 세입자들이 경매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최근 전세금이 크게 올랐지만 여윳돈이 없어 아파트를 매입하기에는 벅찬 세입자들이 비교적 가격이 싼 경매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실제 일부 소형 아파트 물건은 최저입찰가능 금액이 전세금과 큰 차이가 없어 전세금 정도면 아파트를 장만할 수도 있다.

7일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9월 85m² 미만 소형 아파트의 평균 경매 응찰자 수는 7.1명으로 8월 5.6명보다 1.5명이 많아졌다. 이는 최근 6개월간 가장 높은 수치다. 반면 85m² 이상 아파트 응찰자 수는 5.5명으로 오히려 8월 6.2명보다 줄어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낙찰률도 크게 올랐다. 9월 85m² 미만 아파트의 낙찰률은 8월 32.9%보다 16.7%포인트나 오른 49.6%를 기록했다. 이는 한 달 동안 진행된 전체 소형 아파트 경매 중 절반 가까이 거래가 성사됐다는 뜻.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수천만 원씩 전세금이 뛰자 대출받아 전세금을 올려주느니 차라리 내 집을 장만하겠다는 세입자들의 문의전화도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특히 2회 이상 유찰된 소형 아파트 물건들은 입찰 최저가가 전세금과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 18일 북부지방법원에서 경매가 진행되는 서울 도봉구 도봉동 동아에코빌(전용면적 106m²) 물건은 3회 유찰돼 현재 최저가가 2억7136만 원으로 내려갔다. 이 아파트와 같은 크기의 전세금 시세는 1억8750만∼2억750만 원 선이다. 경기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일 고양지방법원에서 입찰에 부쳐지는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별빛마을(전용면적 84.9m²) 물건은 최저가 1억7920만 원부터 경매가 시작되지만 전세금은 1억6250만∼1억7250만 원 선이다.

전문가들은 전세난이 해결되지 않는 한 당분간 경매시장에서 소형 아파트의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아파트 경매시장이 실제 거래의 선행지표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경매 활성화가 매매시장에서 거래를 유발시키는 효과를 낳을지도 주목된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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