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도 “위안화 절상” 압박… 워싱턴총회 전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8일 03시 00분


美-EU와 공조 “中, 亞절상 주도를”… 中 “세계 재앙될것”
日 제로금리 복귀도 무용지물… 엔화가치 폭등세 못막아

“중국은 글로벌 불균형 해소를 위해 하루빨리 위안화 가치를 절상해야 한다.”(미국 및 유럽연합)

“위안화의 급격한 절상은 전 세계에 재앙이 될 것이다.”(중국)

8일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되는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를 앞두고 위안화 환율문제를 둘러싸고 주요 경제국 사이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 IMF까지 가세해 위안화 절상을 한목소리로 요구하며 중국을 압박하고 나섰다. 하지만 중국은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다는 기세다. IMF 연례총회를 계기로 주요국 간 갈등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 EU-중국, 위안화 갈등 표면화

중국과 유럽연합(EU)은 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위안화 절상에 대한 절충을 시도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양측의 이견이 커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도 갑자기 취소된 채 끝났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 헤르만 반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조제 마누엘 두랑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소수 언론에만 공개한 채 몇 건의 협력 협정에 서명하고 회담을 마무리했다. 이날 정상회담에서는 EU측이 중국 위안화 절상을 요구했고 원 총리는 “더는 중국에 위안화 절상 압박을 가하지 말라”며 맞섰다.

회담 후 반롬푀이 상임의장과 바호주 집행위원장은 공동으로 발표한 성명에서 “회담에서 세계경제의 불균형 문제를 시정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적절한 환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 고삐 늦추지 않는 미국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6일 “통화 가치가 현저하게 저평가된 국가들이 통화를 절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중국의 위안화 절상을 재차 촉구했다.

가이트너 장관은 이날 IMF 연차 총회의 주요 이슈를 주제로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연설하면서 “경제규모가 거대한 국가들이 자국 통화의 가치를 낮게 유지하면 여타 국가들이 이를 따라하게 되고 이로 인해 신흥개도국에 인플레이션과 자산거품 현상이 초래되며 소비 침체가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가이트너 장관은 중국을 특별히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인위적으로 저평가된 환율 문제를 중점적으로 거론함으로써 사실상 중국 위안화 절상을 압박했다.

미국은 이번 IMF 총회와 다음 달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위안화 절상을 포함해 환율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겠다는 입장이다.

IMF도 이날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분기 보고서에서 “중국이 아시아 국가의 통화 절상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고 거들었다. IMF는 소비 지출 향상과 경제성장의 해외 의존도 축소를 위해 중국이 나서서 아시아 국가의 통화 절상 협조를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꿈쩍도 하지 않는 중국

미국 EU IMF의 압박에도 중국은 꿈쩍하지 않을 태세다.

원 총리는 이날 브뤼셀에서 열린 6차 중국 유럽 비즈니스서밋에서 “위안화 가치가 안정적이지 않거나 단기간에 20∼40% 오르면 적지 않은 중국 공장이 문을 닫고 사회가 불안해지며 이는 중국경제는 물론이고 세계경제에도 재난을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홍콩 원후이(文匯)보가 전했다. 중국은 점진적인 방법으로 위안화 환율 변동의 탄력성을 높여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 총리는 이어 “유로화 가치를 요동치게 한 주범은 위안이 아닌 달러”라며 “위안화 절상 압박을 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원 총리는 “중국과 유럽 간 무역 불균형은 구조적인 문제 때문으로 이를 정치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2005년 이후 위안화 가치는 22%나 올랐지만 대미 수출은 늘었다”며 “환율이 무역 불균형의 주요 요인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 엔화 절상 막기에 제로금리도 무용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5일 4년 3개월 만에 제로금리로 복귀하는 등 포괄적인 금융완화 대책을 내놓았지만 엔화 가치는 오히려 폭등세(엔-달러 환율 급락)를 이어가고 있어 고민에 빠졌다. 6일 뉴욕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82엔대로 떨어진 데 이어 도쿄 외환시장에서도 7일 오후 3시 현재 82.85엔에 거래됐다.

일본 금융계에서는 일본은행의 금융완화 조치 이후 엔화가치가 오히려 급등세를 보이는 것은 미국이 11월 초 일본은행 수준을 뛰어넘는 대규모 양적완화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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