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까지 기다리면 독일차 몇백만 원 더 싸게 살 수 있는 거 아니야?” “그건 아닙니다.”
한국과 유럽연합(EU)이 6일(현지 시간) 자유무역협정(FTA) 문서에 서명하면서 일부 자동차 잠재 고객들 사이에서는 ‘내년 7월 FTA가 잠정 발효될 때까지 기다리면 독일·프랑스산 수입차들을 더 싸게 살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수입자동차업체들은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우선 관세 인하 폭인 8%가 소비자가격이 아니라 수입원가에 적용되고, 제품이 한국에 들어온 뒤 추가되는 국내 물류비용이나 판매업자 수익 등을 고려하면 최종 가격이 같은 비율로 낮아질 리는 없다는 게 회사들의 설명이다. 특히 가격이 비싼 차일수록 원가 비중이 낮고 수입업체와 판매업자의 이익 폭이 큰 만큼 관세 효과로 인한 가격 하락 폭이 적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관세도 3∼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낮아지기 때문에 관세가 0%가 되는 시점에는 현재 팔리는 모델들이 시장에 그대로 남아 있을 가능성도 거의 없다.
윤대성 수입자동차협회 전무는 “FTA로 인한 관세 인하 효과보다는 평소 20%까지도 출렁이는 환율이 수입차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더 크다”며 “국내 도착 가격이 다소 싸진다 해서 그만큼 차값이 떨어질 거라고 기대하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자동차도 “우리가 유럽에서 10% 관세 인하를 받는다고 해서 차값을 10% 낮출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먼저 차량을 산 고객들로부터 항의를 받지 않거나 대기 수요를 만들지 않기 위해 일관성 있는 가격을 유지해야 하는 수입차 회사들이 관세 인하로 생긴 여력을 편의장치 강화에 쏟거나 마케팅비용으로 돌리는 등의 정책을 채택할 수도 있다. 이로 인해 준중형급 이상에서 국산차와 수입차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 국산차의 가격 인상을 막는 간접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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