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칼럼]연아 vs 오서… 헤어짐의 미학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9일 03시 00분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비교적 강한 한국과 달리 서구에서는 해고가 쉽다. 비정규직은 물론이고 정규직도 해고 통지 직후 바로 짐을 싸는 사례가 허다하다. 하지만 서구 기업이 해고 절차까지 대충 처리하지는 않는다. 이들은 한국 기업처럼 회사의 어려운 사정을 토로하며 직원의 인정에 호소하거나 공치사를 남발하지 않는다. 그 대신 해고 당사자가 반박할 수 없을 정도로 분명한 해고 이유를 제시한다.

얼마 전 세계 피겨계를 들끓게 했던 김연아 선수와 브라이언 오서 코치의 결별은 기업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피겨 선수와 코치의 관계는 제자와 스승이라기보다 고용주와 피고용인에 가깝다. 많은 피겨 선수는 여러 명의 코치를 거친다. 시즌마다 코치를 바꾸는 선수도 많다. 오히려 김연아와 오서처럼 4년이 넘도록 함께하는 게 이례적이다. 외국 언론이 이들을 드림팀이라고 표현하며 주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통역이 없으면 의사소통조차 안 되고, 불편한 몸을 이유로 일본에 오지도 않았던 아사다 마오의 코치 타티아나 타라소바와 대조를 이루며 김연아 팀의 이미지를 좋게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하지만 결별 과정에서 드러난 양측의 대립은 그간의 긍정적 이미지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지난 4년간 어떤 갈등이 있었는지는 당사자들만 안다. 하지만 진실이 무엇이고, 누가 결별 원인을 제공했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결별 과정이다. 감정싸움을 남발한 두 사람에게 남은 건 ‘금메달을 따게 해준 코치를 버린 선수’와 ‘프리 프로그램의 선곡을 유출하며 상도의까지 어긴 비겁한 코치’라는 부정적 이미지뿐이다.

재계약 여부의 결정권은 전적으로 고용주인 김연아 측에 있다. 하지만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으면 계약이 끝나는 시점, 아니 그 이전부터 재계약을 하지 않는 확실한 이유를 제시했어야 했다. 둘의 계약이 만료된 올해 4월 이후 긴 공백기를 가졌고, 스케줄 결정에서도 오서를 배제했으니 알아서 대충 눈치 채지 않겠느냐는 생각은 그야말로 동양적 사고다.

우리 정서로 보면 서로 싫은 소리 하지 말고, 얼굴 붉힐 일도 만들지 말자는 생각이 상대에 대한 ‘배려’일지모른다. 그러나 서구 문화권에서는 ‘모욕’으로 느껴질 수 있다. 자신이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해고를 당했다고 생각하면 곧바로 소송을 내는 게 서양인의 사고다.

최근 한 국내 게임업체도 결별 과정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 회사는 미국인 유명 게임 개발자와의 소송에서 패해 무려 2800만 달러를 물어줘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 개발자는 “회사가 나를 해고했지만 대외적으로는 스스로 퇴사한 것처럼 공표하는 바람에 스톡옵션 행사 과정에서 손실을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이 회사는 곧 항소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소송에 드는 시간, 돈, 유무형의 노력을 감안하면 이미 큰 타격을 입었다.

이 역시 결별 자체가 아니라 처리 과정에서 생긴 감정적 앙금과 문화적 차이가 문제였다. 결별 이유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해고’를 ‘퇴사’로 바꾼 동양적 사고가 소송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좋은 파트너를 만나기도 어렵지만 잘 헤어지는 것도 이에 못지않게 어려운 과제다. 특히 사고방식과 가치관이 완전히 다른 외국 파트너와의 이별이라면 더욱 냉철하고 면밀하게 처리해야 한다. 결별 과정의 문제가 조직에 상당한 상처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하정민 미래전략연구소 경영지식팀 기자 dew@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66호(2010년 10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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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과 링컨 대통령 포용력 분석해보니
마인드 매니지먼트

포용의 의미는 너그러운 품성이나 자선적 행동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오히려 목적 지향적이고 사실을 중시하는 전략적 행동양식으로 파악해야 한다. 역사적 인물 중에서 뛰어난 포용력을 보인 리더가 바로 세종대왕과 링컨 대통령이다. 세종대왕과 링컨 대통령은 사람을 쓰는 데 특정 정파나 계급, 자신에 대한 충성심 여부보다 누가 그 일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냐를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 세종대왕과 링컨은 누구보다도 대의를 중요하게 여겼다. 그렇지만 대의 실현을 위해 자기 자신의 정치적 입장과 체면, 조직의 일사불란함을 고집하지 않았다. 사실에 입각한 포용을 통해 다양한 인재를 모은 것이야말로 그들의 가장 뛰어난 전략이자 훌륭한 무기였다. 그 결과 세종대왕은 조선왕조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고, 링컨 대통령은 분열의 위기를 극복하고 미국이 세계 제일의 초강대국으로 가는 여정을 닦아 놓았다. SK에너지 정현천 상무가 세종대왕과 링컨 대통령의 포용력을 분석했다.

성장 부르는 은밀한 가격전략, 포커서 배워라
▼AT커니 리포트


카드 패를 숨기는 것은 포커게임을 할 때뿐 아니라 인터넷상에서의 프라이싱 전략 수립에서도 현명한 전략이다. 컨설팅회사 AT커니는 인터넷상에서 유용한 ‘은밀한 가격 전략(Covert Pricing)’을 실행하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은밀한 가격 전략이란 포커 게임에서 패를 감추듯이 경쟁사에 가격 정책을 노출하지 않으면서 세분된 고객을 대상으로 차별화된 유인책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이 전략의 핵심은 수익성 높은 세분시장에 위치한 소수의 고객에게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단기 프로모션을 하는 것이다. 속도도 중요한 요소다. 가격 결정과 관련한 모든 기능 및 시스템을 단일 가격 결정 조직으로 통합해 의사결정 시간을 줄여야 한다. 은밀한 가격 전략을 잘 활용하면 시장 점유율 확대를 통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고객 세분화를 통해 수익성 높은 고객 포트폴리오를 보유하면서 고객별 가격 정책을 노출하지 않기 때문에 경쟁사로부터 시장을 방어할 수 있다. AT커니 리포트에서 은밀한 가격전략의 실천 방법론을 자세히 설명했다.

시가평가제가 ‘탐욕’을 넘어설 수 없는 까닭
▼회계를 통해 본 세상


미국 정부가 월가의 금융회사들을 상대로 한 강력한 규제 정책을 연일 내놓고 있다. 이에 월가는 강력히 반발하며 자신들의 파생상품 투자가 아니라 시가평가제도가 금융위기의 진짜 원인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과연 그럴까. 애초에 시가평가제도 도입을 주장한 쪽은 금융권이었다. 시가평가제도는 시장 가격의 변동을 재무제표에 빨리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공정한 시가가 존재하지 않을 때도 많아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 결국 원론적이기는 하지만 투자자, 기업, 경영자 모두 회계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서로 다른 회계처리 방법을 사용할 때 나타나는 숫자의 의미 차이를 간파할 실력을 갖추는 수밖에 없다. 단점이 전혀 없이 완벽하게 장점만 갖춘 회계처리 방식은 없기 때문이다. 최종학 서울대 교수가 시가평가제도의 내용과 배경, 한계점 등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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