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균 논설위원의 추천! 이번주의 책]패권전쟁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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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9일 03시 00분


중국 학자가 본 中경제… 美넘어설수 있을까

중국에서 가장 낙후했던 서부 지역은 서부대개발 이후 새로운 경제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저자는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 패권전쟁의 중심에 선 중국 경제에 대해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대담 형식을 통해 풀어낸다. 사진은 이 지역에 있는 한 철강업체. 동아일보 자료 사진
중국에서 가장 낙후했던 서부 지역은 서부대개발 이후 새로운 경제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저자는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 패권전쟁의 중심에 선 중국 경제에 대해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대담 형식을 통해 풀어낸다. 사진은 이 지역에 있는 한 철강업체. 동아일보 자료 사진
정치 경제를 막론하고 중국을 빼놓고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중국은 이미 세계의 공장이라 불릴 정도로 세계 최대 제조업 국가이자 최대 외환보유국이다. 정부의 산업정책이나 기업의 투자계획을 짜는 데 중국의 동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금융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엄청난 중국의 자본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감안해야 한다. 센카쿠 열도 문제로 중국과 영토분쟁을 겪었던 일본이 두 손을 든 이후 중국에 대한 관심은 최고조에 이른 듯하다.

중국의 경제와 정책 그리고 산업 동향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는 이제 발등의 불이 됐다. 안현호 지식경제부 1차관은 “중국 연구에 종전보다 10배 많은 예산을 집중 투자하겠다”고 했다. 그는 “기업인들을 만나 보면 중국은 벌써 저만치 앞서 가 있다”며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중국을 들여다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중국이 우리보다 몇 해 뒤져 있다는 여유 있는 소리가 나왔으나 지금은 사정이 확 달라졌다. 조선의 경우 우리가 기술은 앞서 있다고 자부하지만 전체 수주량은 중국이 앞서가고 있고 고급 기술 선박도 중국으로 하나둘씩 넘어가고 있다. 태양광 같은 신기술 산업에서는 중국이 이미 앞서고 있다. 10월 6일 한중 산업협력을 주제로 열린 국제세미나에서 뤼톄 중국사회과학원 공업경제연구소 실장은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기초과학을 확실히 배워 왔다”며 “아직은 중국의 수준이 한국보다 낮지만 신산업 분야에서는 중국이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의 자신감을 반영하는 말로 들린다.

이 책은 금융위기 이후의 중국 경제에 대해 일반인이 알기 쉽게 대담 형식으로 풀어 썼다. 중국 경제의 전반적인 상황을 설명하면서도 중국의 실물경제, 즉 산업의 현황과 문제점을 꽤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예컨대 중국의 시멘트 산업에 대해서는 생산 능력이 이미 3억 t이나 과잉인데도 지금 건설 중인 시멘트 생산라인이 200개가 넘고 새로 늘어날 생산 능력이 2억 t을 넘는다고 지적한다. 시멘트뿐만 아니라 철강 유리 등의 산업도 과잉생산의 덫에 걸려 있다고 한다. 저자들은 이런 중복 건설과 과잉생산의 원인이 바로 과시행정과 전시행정이라고 비판한다.

중국이 앞서가고 있는 태양광 산업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이 산업 사슬의 상위 단계는 폴리실리콘 업종이다. 태양광 거품과 폴리실리콘 신화는 바로 중국인들이 스스로 부풀린 것이다. 저자들은 중국의 과잉투자는 선진국의 과잉생산 능력과는 다르다고 지적한다. 선진국에서는 민간투자로 생산 능력의 과잉 상태가 초래됐으나 중국에서는 주로 정부의 과잉 투자로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들이 중국 경제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시각은 다분히 중국적이다. 과거 미국이 잔뜩 치켜세웠다가 쓰러뜨린 일본의 전례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는 중국이 과잉생산 능력이라는 고도성장의 거품을 걷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연후에 조용하면서도 차근차근 세계경제의 패권을 장악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에 이어 새로운 패권국가로 등장한 중국의 신진 경제학자의 주장이 담겨 있다.

실물경제에 해박한 경제학자의 글이긴 하지만 경제 발전이라는 중국의 과제를 지나치게 의식한 듯한 대목이 흠이라면 흠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시각도 중국의 이해관계 속에서 파악하려는 모습이 보인다. 이런 중국의 관점을 감안하고 읽어야 할 것이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 시네마 경제학
영화를 통해 본 경제이슈와 경제상식
슈쿠와 준이치 지음·박미옥 옮김
280쪽·1만2800원·휴먼앤북스


금융 전문가이면서 영화 평론가인 저자는 영화를 통해 유로화 정책, 경기 부양, 통화 이론 등 경제 이슈와 상식을 이야기한다.

‘로마의 휴일’의 기자회견 장면에서 주인공 앤 왕녀는 유럽 경제연맹 구상에 대한 생각을 묻자 “유럽 각국의 긴밀화를 촉구하는 모든 계획에 찬성한다”고 대답한다. 영화가 개봉된 것은 유럽 경제 통합의 첫 단계인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가 설립된 이듬해인 1953년. 저자는 “이 영화는 유럽 경제 통합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풀이한다.

‘스타워즈’에는 ‘크레디트’라는 이름의 우주 단일통화가 나온다. 통화의 통합에는 무역자유화가 우선 돼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이를 통해 금전 관계를 강화하고 최종적으로 통화를 통합하는 것이다. 저자는 “스타워즈에선 이 순서가 지켜지지 않았다. 영화 속에선 통상동맹, 즉 무역이 문제가 된다. 무역을 건너뛰고 통화가 통합됐으니 교과서적인 국제경제학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설명한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 경제 저격수의 고백2
美기업의 탐욕이 부른 경제위기 해법은?
존 퍼킨스 지음·김현정 옮김
328쪽·1만6000원·민음인


전작 ‘경제 저격수의 고백’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저자는 현재의 전 세계적 경제위기가 기업들의 끝 모를 탐욕의 결과라고 말한다. 자유주의 경제 이론을 신봉하며 ‘경제 저격수’로 다른 나라들의 돈을 털어내는 미국의 지배층이 어떤 식으로 위기를 불러일으켰는지, 이런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미국의 수많은 부자들이 불공정 거래와 노동자 학대, 환경오염 등을 통해 부를 축적했다. 이런 결과들은 결국 주주와 소비자에게도 해를 입힌다. 이런 탐욕스러운 자본가들에 의해 변형된 자본주의가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자본주의로 회귀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를 위한 해법으로 △소비자가 환경적,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 제품 애용하기 △지구에 도움이 되는 재화와 상품을 만드는 신경제 건설 △공정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구축하려고 노력하는 리더 선출 △악습 철폐를 위한 기업과 정부에 관한 새로운 법률 제정 등을 제안한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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