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주식 채권 원자재와 같은 투자자산의 가격 상승을 설명하는 데서 유동성 버블이라는 용어가 빠지지 않는다. 그만큼 화두가 되고 있다는 것인데 그 의미를 되짚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도대체 유동성은 무엇이고 버블은 무엇인가.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것은 풀린 돈이 많다는 의미와 함께 이 돈이 잘 돈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상황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각국 중앙은행이 천문학적인 돈을 풀었지만 유동성이 풍부하다고 해석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그때 풀린 돈은 부실화된 금융자산을 메워 주어 그 이전만큼의 경제규모를 유지하는 데 주로 쓰였기 때문이다. 시중 유동성은 풀린 돈과 이 돈이 도는 정도를 감안해서 결정된다. 당시 돈은 돌지 않았다. 화폐유통 속도가 감소했다는 뜻이다. 당시를 1차 양적완화의 시기라고 표현한다.
지금을 2차 양적완화의 시기라고 부른다. 2차 양적완화의 목적이 경기의 재하강을 막기 위해서라지만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경우에는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인한 자국 통화가치 상승을 막기 위한 목적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상황은 돈을 더 풀거나 풀린 돈의 양을 줄이지만 않아도 돈이 잘 돌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주식이나 채권 가격을 상승시키고 있는 것도 외국인의 매수세다.
금융자산의 가격에 버블이 생긴다는 것은 정상적인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올라간다는 의미이다. 유동성 버블은 풀린 돈이 결국 투자수요로 이어져 수급에 의한 가격 상승을 이루어 낸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이면에는 버블의 끝을 낙관적으로 볼 수 있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터져야 버블이라면 폭탄 돌리기와 같은 투자게임에 누가 선뜻 나설 수 있겠는가. 각국 정부가 경기의 재하강을 막고 경기를 상승 궤도에 진입시키는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유동성 버블에 들어있다. 현재는 경기 불확실성으로 버블이라고 느껴지던 가격이 경제가 안정되면서 제값이라고 느껴지는 상황이 올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주가를 생각해 보자. 기업의 이익 추세로 볼 때 지금의 주가가 제값보다 높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세계적으로 풀린 유동성이 우리나라로 흘러 들어오고 있지만 외국인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투자비중은 여전히 31% 후반대다. 과거에는 39%까지 간 적도 있다. 외국인이 사들이고 펀드나 개인이 파는 수급 구조,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지극히 낮아 정중동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상황, 빠른 순환매를 보이면서 종목 선정에 애를 먹고 있는 환경 등을 보면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여전히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어찌 보면 우리나라의 주가는 이제 버블의 초입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수준이다. 우리가 너무 자신 없어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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